봉준호 과거 강연 인기 "한국상황 충실하면 장르는 저절로 파괴"
봉준호 과거 강연 인기 "한국상황 충실하면 장르는 저절로 파괴"
  • 기사입력 2020.02.18 18:52
  • 최종수정 2020.02.1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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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내가 못하는 것, 두려운 것, 공포스러운 것의 집합체인데, 영화를 핑계로 다 할 수 있으니까 좋은 것 같다."

봉준호 감독은 2년 전 '기생충' 촬영 당시 동아방송예술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자리(디마마스터클래스)에서 영화의 매력을 꼽아달라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친구가 별로 많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지만 잘 어울리지 못하는 편이다. 고립된 상황이 많았다"면서 "대화가 안 되면 대사를 쓰게 되고, 만나고 싶은데 못 만나는 사람들은 영화를 찍으면 다 불러들일 수 있다. 여러 사람이 있는 곳을 싫어하고 무서워하는데, 촬영 현장은 편하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장르 파괴자'라는 수식어에 대해 "장르의 규칙은 원래 미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금주령 시대, 어두웠던 시대에 필름 누아르가 탄생하고 서부 개척 역사가 있다가 보니 웨스턴 장르가 나온 것"이라며 지구 반대편의 작은 나라에서 굳이 그 규칙을 따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스토리나 느낌을 한국적 현실로 끌고 와서 땅바닥 아래로 끌어당겨 놓으면 저절로 장르의 규칙들이 부서져 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살인의 추억'도 스릴러 혹은 버디 형사물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그렇게 부르면 멋쩍어진다. 형사들의 어설픔과 지질함, 동시에 범인을 잡고 싶은 진심은 강한데, 과학 수사는 전혀 안 돼 있다. 미국의 매끈한 범죄 스릴러에서 보여주는 장르의 규칙들을 다 거부한 셈이다. 내가 살아온 한국적인 상황과 조건들에 충실해지려 했고, 그러다 보니 저절로 장르가 파괴됐다."

봉 감독이 아카데미상을 석권한 이후 국내외 영화단체나 관련 기관들이 과거 봉 감독과의 대화, 강연 영상 등을 유튜브 등을 통해 속속 공개하고 있다. 봉 감독의 영화관이나 가치관이 드러나는 대목이 많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13년 봉 감독과 쿠엔틴 타란티노가 한 '오픈 토크' 영상을 최근 공개했다. 봉 감독은 오스카 감독상을 받은 뒤 "마틴 영화를 보면서 공부를 했던 사람인데,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항상 제 영화를 리스트에 뽑고, 좋아하셨던 '쿠엔틴 형님', 너무 사랑하고 감사하다"며 존경과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봉 감독은 오픈 토크 때 1994년 국내 개봉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픽션'을 본 뒤 큰 충격을 받았고, 그 뒤로 팬이 됐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2015년 3월 미국 제이콥번스 필름센터에서 '괴물' 상영 후 관객과 대화 시간을 가졌다.

얼마 전 게시된 유튜브 영상을 보면 봉 감독은 송강호에 대해 "한국의 대배우다.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숀 펜이 하는 일들을 혼자 다 한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또 사회자가 "영화 '괴물'이 개봉된 지 10년이 됐다"며 한국 사회와 정부를 풍자하고 비판한 부분들이 그사이에 개선됐는지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한국 사회는 그동안 발전했고, 모든 면에서 섬세해졌지만 동시에 작년에 세월호 사건처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못 구하나' 싶은 너무나 충격적인 일들이 터지곤 한다. 굉장히 혼란스럽다. 여러 가지 것들이 불균질하게 섞여 있는 상황인 것 같다"고 우리말로 답했다.

그러고선 영어로 사회자에게 "한국CIA(국정원)가 도처에 있어서 (한국 사회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둬야겠다"고 했다. 봉준호는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의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에 오른 바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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