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고 사과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 달, 이천시 대월면 한 사과농가 저장고에 출하가 미뤄진 사과상자들이 쌓여 있다. 황호영기자

코로나19 사태에 과일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도내 사과농가들이 한숨짓고 있다.

수요 감소로 인해 사과값이 폭락한 데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

19일 오전 이천시 대월면 한 사과농가. 6만6천여㎡ 규모, 사과나무 3천여 그루를 재배하는 이곳은 봄철 영농기를 대비한 가지치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러나 농장주 박용한씨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지난해 수확한 사과 600상자(10t)가량이 출하되지 못한 채 저장고에 쌓여 있어서다. 재고량은 평년 대비 1.5배 이상이다.

박씨는 "판매가 안된다면서 경매시장 중매인들이 도매가를 20~30%씩 후려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생산자 처지에서는 지난 농사와 다음 농사 대금, 소득 등을 고려한 예상 단가라는 게 있는데 현 가격에는 판매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궁여지책으로 로컬푸드 직매장에도 물건을 보내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면서 "3~4월 개화기에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자금이 필요한데, 출하가 미뤄져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사과 도매가(10㎏)는 1만9천58원으로 한 달 전(2만7천108원)보다 29.7% 하락했다. 지난 1월 설 명절로 인해 가격이 올랐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평년(2만5천54원) 대비 23.9% 내린 가격이다.

이에 소매가도 하락세다. 수원농산물공판장에 따르면 사과 소비가는 평년 대비 10%가량 떨어졌다.

수원농산물공판장 관계자는 "과일 가격은 소비심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코로나19 사태 직후 사과 판매량과 출하가격이 하락했다"면서 "농가들이 시세 회복을 기다리며 3~5월 분산출하를 계획하고 있지만, 이 시기 한꺼번에 물량이 풀릴 경우 시세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황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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