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 예산은 512조3억 원이고, 이 중 보건·복지·노동 예산은 181조6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12.8%가 증가하였다. 복지 관련 예산이 매년 늘어나는 이유는 사회문제나 복지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그 양상도 복잡해 해결에 많은 비용이 필요해서다. 그러나 날로 다양해지는 사회문제를 모두 정부의 예산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복지영역에서 새로운 재원(財源)과 방식의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이유다.

‘사회성과보상사업(Social Impact Bond, SIB)’은 이러한 고민에서 탄생한 복지혁신모델 중 하나다. 민간자본을 활용하여 중요한 사회문제(공공복지사업)를 해결하고, 정부는 성과목표를 달성했을 때만 약정된 기준에 따라 사업비와 성과금을 집행하는 등 혁신적인 자금 조달 방식이다. SIB 사업은 영국 소셜 파이낸스(Social Finance Ltd)에서 영국 법무부와 함께 기획했으며, 2010년 피터바로우시에서 단기 재소자의 재범률을 낮추기 위한 세계 최초의 SIB 사업을 추진한 이후 미국 등 30여개 나라에서 140여개 SIB 사업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와 경기도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성과보상사업은 왜 복지문제 해결에 적절한 방식인가? 첫째, 복지의 성격을 시혜적인 것에서 정책적 효과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그간 막대한 복지재원이 투입되었지만 정책적 성과를 측정하지 못하여 복지재정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새로운 사회성과보상방식은 사업 추진 전 성과목표를 계량화하여 정하고 이에 대해 사업을 총괄하는 운영기관과 계약을 맺는다. 서울시의 ‘경계성지능아동’을 대상으로 한 SIB 사업의 경우 성과목표(참여아동의 기능향상)를 42%로 정하였고, 3년 동안 민간 (전문)수행기관에게 맡겨 추진한 결과 52.7%가 인지기능과 사회성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렇게 성과측정을 통해 성공적인 사업으로 판명나면 재정사업으로 전환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둘째, 사회문제에 선제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서울시 사례를 보면, 경계성지능아동은 지능지수가 71~84 사이로 지적 장애(70이하)로 분류되지 않아 정부의 지원이나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지적 장애가 악화되거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로 인한 1인 당 사회적 비용은 1억4천896만 원이라고 한다. 사업적 관점에서의 조기 개입을 통해 수급자로의 추락을 예방하였으니 약 58억 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한 셈이다.

경기도는 2017년부터 2년 동안 기초수급자 800명을 대상으로 직업능력 향상 교육·상담·사후관리 등 1:1 사례관리서비스를 제공하여 탈수급시키는 ‘해봄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탈수급 기간 1년 유지’라는 조건이 만료되는 금년 4월 8일이면 성과목표인 20% 도달여부를 알 수 있다. 지난 해 말까지의 성과는 손익분기점인 13%를 넘어 18% 정도까지 도달하여 최종결과가 기대된다.

경기도의 사회성과보상사업은 기존의 SIB 사업과 몇 가지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우선, 민간자금 조달에서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차용한 세계최초의 크라우드 펀딩 연동형 SIB이다. 해봄프로젝트가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에 동의하는 착한 투자자 13명으로부터 총 3천만 원을 투자받았다. 또한, 기업의 사회공헌자금을 기부금 방식으로 사업비에 조달함으로써 사업종료 후 원금과 인센티브를 돌려주지 않아도 되어 경기도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을 투자자로 유치하여 투자자이면서 일자리 수요처로 역할을 수행하여 취업률과 성과 달성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외에도 경기도는 성과지향의 복지 확산을 위해 맞벌이 가정의 일-가정양립을 지원하는 ‘맘(Mom) 잡(Job)고 모락모락(母樂母樂)’사업, 청소년 재범률을 낮추는 ‘청소년이 쏘아올린 희망’사업, 노인 치매를 예방하는 ‘고령자 재가인지 훈련서비스’사업 등을 기획하여 행정안전부로부터 총 4억8천만 원의 상금을 받았으나 아직 2호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기도가 추진하고자 하는 서민금융사업에 사회성과보상방식 적용을 고민해볼만 하다.

일회성의 현금 지원보다 문제의 근원을 찾아 해결하는데 민간의 자본과 경험을 활용하는 사회성과보상사업은 혁신과 공정을 추구하는 새로운 경기에 딱 맞는 사업이다.

김희연 경기복지재단 북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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