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미끼로 사진 받아 협박…사회복무요원 통해 신상 캐기도
주거지에서 현금 1억3천만원 압수…'박사방' 이용자 1만명대
공범 13명도 검거…경찰 "박사방 회원들도 처벌할 것"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20대 남성 A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20대 남성 A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상에서 미성년자 등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해 억대 수익을 얻은 이른바 '박사방' 운영자의 범행 실체가 드러났다.

20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에 따르면 2018년 12월부터 이달까지 20대 조모 씨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는 확인된 것만 미성년자 16명을 포함해 74명에 달한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저희가 증거를 수집한 게 그 정도"라고 말했다.

경찰은 조씨의 주거지에서 현금 약 1억 3천만원을 압수하고 나머지 범죄수익을 추적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하고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구청·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들에게 아르바이트를 제안한 뒤 이들을 통해 피해 여성과 박사방 유료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이를 협박과 강요의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조씨는 또 피해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물 유포 등 자신의 범죄에 가담하게 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피해자들을 '노예'로 지칭하면서 이들로부터 착취한 영상물을 텔레그램을 통해 팔아넘겼다.

조씨는 3단계의 유료 대화방을 운영했다. 1단계는 20만∼25만원, 2단계는 70만원, 3단계는 150만원 안팎의 가상화폐를 '후원금'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유료 대화방을 홍보하기 위해 누구나 영상을 볼 수 있는 '맛보기' 대화방을 운영하기도 했다.

경찰은 대화방 참여자 수가 많게는 1만명대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는 '박사방'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회원들을 '직원'으로 부르면서 조직적으로 범죄에 가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공범에게는 자금 세탁, 성 착취물 유포, 대화방 운영 등을 맡겼고 심지어는 피해자들을 성폭행하게 하기도 했다.

경찰은 조씨의 공범 13명을 검거해 그중 4명을 구속 상태에서 검찰에 넘겼으며, 나머지 9명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다.

피의자들의 나이는 평균 24∼25세 정도로, 이들 중에는 미성년자도 여러 명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텔레그램으로만 범행을 지시하고 일절 접촉하지 않는 등 주도면밀하게 박사방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범 중에 운영자인 '박사'를 직접 보거나 신상을 아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지난해 9월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수십 차례의 압수수색, 폐쇄회로(CC)TV 분석, 국제공조 수사, 가상화폐 추적 등을 통해 조씨의 신원을 특정하고 이달 16일 체포했다.

조씨는 체포 직후 자신은 박사가 아니라며 유치장에서 자해 소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현재는 범행을 시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총기·마약을 판다고 속여 돈을 가로채는 등 다수 사기 행각도 벌였다.

경찰은 조씨의 범죄수익을 추적해 기소 전 몰수 보전을 신청하고, 모든 범죄수익금을 국세청에 통보할 계획이다.

또 박사방 유료회원들도 추적해 검거할 방침이다. 경찰은 "박사방에서 취득한 성 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박사방 회원들도 반드시 검거해 강력하게 처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은 일명 'n번방'이 시초격으로, 이후 유사한 대화방이 여러 개 만들어졌다. 조씨는 지난해 9월 등장해 '박사방'으로 이름을 알렸다.

'n번방'과 '박사방' 등 텔레그램 성 착취 방을 통칭해 'n번방 사건'이라 부르며 국제 공조 수사를 촉구한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지난달 1일까지 21만 9천705명이 참여한 바 있다.

조씨는 19일 밤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은 조씨에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아동음란물 제작), 형법상 강제추행·협박·강요·사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개인정보 제공),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조씨의 신상을 공개할지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다음 주 중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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