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가는 길을 익히고 있다|이우림|북인


이 책은 이우림 시인의 네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시 쓰기 방법으로 ‘아득함’을 택했다. 대상을 정면으로 바라보는데, 물러서지 않으며 비켜 있지도 않다. 혹은 기울거나 에두름도 없다. 그는 온전한 의미로 대상의 앞을 지킨다. 이 ‘앞’이라는 좌표는 그의 시가 어떤 방식으로 산출되고, 무게와 밀도를 가지는지 해명할 열쇠다.

‘아득함’이란 도처에 새겨진 시인과 사물들의 관계를 나타내기도한다. 시인이 숨 쉬는 모든 순간마다, 그가 바라보고 인지하는 모든 사물에는 사물과 시인간 관계가 깃들어있다. 그가 세상과 통할 때, 불현듯 찾아오는 햇살 수북한 간지럼이 어쩌면 ‘아득함’의 정체일지 모른다.

그는 표제시 ‘당신에게 가는 길을 익히고 있다’에서 "바닷물은 샛강처럼 가슴마다 붉은 길을 만들고/ 육중한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바람은 허공에/ 십육분음표의 길을 불러다준다/ 거기 있었다 그 길 끝에 당신의 길이 있었다/ 내 심장은 누더기 옷을 벗어던지고/ 당신의 길에 사분쉼표로 마디를 두드린다"고 노래하고 있다. 시에는 섬, 바닷물과 샛강, 바람과 콘트라베이스로 이어지고 흩어지며 다시 모이는 과정의 저 편에 내가 투사하는 ‘당신의 길’이 오롯이 새겨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시인은 늘 믿음과 의지를 갖고 언어의 아득함에 집중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는 그의 시들이 또 한번 독자들의 마음 속에서 또 하나의 추억이 되는 이유일 것이다. 값 9천 원

이시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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