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대응하는 대한민국의 스마트한 시스템을 두고, 세계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과도한 물리적 통제없이 확진자를 관리하고, 과학적이고 대중적인 의료시스템, 그리고 정부, 의료기관, 국민간의 단합된 사회시스템을 들고 있다. 국내에서의 크고 작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200년전 런던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대역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현미경으로 콜레라균을 찾아내기 이전이었기에 이름 모를 역병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빅토리아 1세 여왕시대(1837-1901) 영국은 해가지지 않는 나라의 위세를 누리고 있었다. 18세기 산업혁명과 19세기 식민지 개척으로 영국은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최강 국가였다. 19세기 중반 영국의 산업도시는 빠르게 농촌 농민들을 도시의 공장으로 흡인하고 있었다. 식민지로부터 수입된 값싼 농산물이 농민들을 몰아내고, 도시의 공장들은 더 많은 노동자를 필요로 하였다. 철도는 19세기 말에 와서야 외곽으로 이어졌기에, 교외로 성장하지 못한 도시는 수직으로 증축, 고밀도시를 만들어냈다. 상하수도나 일조, 채광의 도시계획 기준(planning standard)을 갖지 못한 도시의 고밀화는 필연적으로 지하수 오염을 초래하였다. 대도시는 음용수의 오염과 수인성 질병의 창궐을 피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한 영아사망률이 상승하여 19세기 중반 영국대도시들의 평균수명은 24세에 불과하였는데, 당대 조선의 평균수명 40세에 비교할 때, 제국의 수도 노동자의 정주환경이 얼마나 처참하였는지를 상상케 한다. 대도시의 비참한 위생환경을 시정하기 위하여 1848년 공중위생법(Public Health Act)이 제정되어 오염원과 주거의 분리, 상하수도의 설치, 일조와 채광기준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즉 근대도시계획(modern town planning)은 공중위생(public health)문제에 대처하기 위하여 시작된 기원을 가지고 있다.

인류가 대규모로 정주하기 시작하면서 감염병도 함께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만년전부터 농경과 함께 정주가 시작되었으며, 가축의 사육도 확산되었다. 더 빨리 자라고 수확이 좋은 품종으로 개량하려는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더 빨리 성장하고 부드러운 육질의 소와 양으로 개량하려는 욕망을 막을 수 없었다. 대규모 정주와 농경, 사육환경 속에서 인류는 그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질병과 조우하게 된다. 티모시 C. 와인가드의 베스트셀러 ‘모기(Mosquito)’는 인류역사를 질병과의 전투로 흥미롭게 엮어낸다. 도시의 규모가 커지고, 교통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새로운 환경, 면역체계가 없는 환경에 접하게 되고, 질병의 감염속도도 빨라진다. 의학의 발달은 인간의 수명을 늘려주었지만 새로운 바이러스도 끊임없이 진화하며 인간을 괴롭힌다. 특히 21세기 들어서 인류를 괴롭히는 에볼라, 사스,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대도시의 질주를 막아설 것처럼 위세가 높다.

학교의 개학이 연기되고 대학들은 온라인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간 간간이 이어져오던 온라인 강의가 이제 당분간 대세로 자리잡을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감염병 확산에는 가장 중요한 방안이라고 하니 만나지 않고 회의하고, 강의하고, 쇼핑하고, 예배보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지 않을까? 온라인 쇼핑, 음식배달업, 온라인 학습, 화상회의 등의 활동과 관련산업이 빠르게 성장중이다. 세계적으로 재택근무가 빠르게 확산중이다. 미국은 재택근무 종사자의 비율이 우리의 10배라고 한다. 통근거리가 멀고, 호칭보다는 격의 없는 이름 부르기가 자유로우니 그럴 법도 하겠다. SNS 소통은 이미 젊은 계층에서는 보편적인 소통의 수단이다. 새로운 화상회의 시스템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도시를 향한, 대도시의 활력과 기회, 매력을 향한 집중을 막기는 어렵지 않을까. 다만 그속에서 마을단위, 역세권단위의 중소규모단위의 분절공간 형성을 통하여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장거리를 이동하지 않고도 살고 일하고 놀수 있는 도시공간구조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바이러스는 핵무기 보다도 무서운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빌게이츠의 예언이 섬뜩하다. 의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바이러스도 진화한다고 한다. 인류의 경제활동과 정주환경을 수용하는 ‘도시공간’도 바이러스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한 구조로의 진화를 이어갈 것이다.

김현수 단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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