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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1번가 중심거리에 위치한 3층짜리 건물의 모습. 대형 프렌차이즈인 KFC가 이전한 뒤 관리가 되지 않은 듯 외벽 페인트가 곳곳 벗겨져 있다. 김희민수습기자

"며칠 전에 옆 가게가 또 문을 닫았어요. 우리 가게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25일 오후 12시께,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안양1번가’로 통하는 번화가는 따뜻한 봄기운이 가득했지만 골목마다 빈 상가들이 즐비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과 안내문들이 눈에 들어왔다. 의류, 식당, 온갖 잡화 등을 파는 지하상가부터 유흥주점까지 다양한 업종의 상가들이 집중돼 있는 이곳은 경기 지역의 대표 상권으로 알려져 있다. 지하철1호선 안양역을 중심으로 안양대·성결대·연성대 등과 연결되는 대학가가 자리를 잡은 터다. 지난해 기준 하루 유동인구만 약 13만 명. 예년 이맘때쯤이면 활기가 넘쳤을 거리다.

20년째 한자리에서 보쌈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경기가 안 좋아지더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선 최악이 됐다"면서 "며칠 전엔 손님 1팀만 받고 끝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국수가게 주인 이모씨도 "최근 매출이 70% 이상 떨어져 지난달 가겟세도 간신히 냈다"고 전했다.

안양 1번가 중심거리 3층짜리 건물은 아예 통째로 비어있었다. 1층에 입점해 있던 KFC가 최근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는 게 인근 상인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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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의류매장이었던 상가건물 1층 공실 유리창에 ‘그동안 성원에 감사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희민수습기자

맞은편 1층 공실 유리창에는 ‘그동안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점포정리 전 품목 30~70% 할인’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손님들로 바글거리던 유니섹스 의류매장이 있던 자리다. 이제는 폐전깃줄과 시멘트 가루만 사방에 흩어져있는 황폐한 공간이 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도내 주요상권 24곳의 중대형상가 공실률을 조사한 결과 안양역 상권이 2.8%로 가장 낮은 공실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3개월 만에 텅 빈 거리가 된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최근 들어 주변 빈 상가들을 보면 체감상 공실 수가 50%가량 증가한 것 같다"면서 "보증금 없이 상가매물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매물을 찾는 손님들도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다시 보러오겠다고 하고…, 거래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희민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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