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 만드는 그들… 성 착취 영상물 여전히 거래
'대피소' 만드는 그들… 성 착취 영상물 여전히 거래
  • 정성욱·명종원
  • 기사입력 2020.03.25 22:55
  • 최종수정 2020.03.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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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조주빈 잡히니 다른방 성행… 경찰 수사망 피해 새주소 공유
'철통보안' 텔레그램에 검거 난항 우려… 전문가들 "거래내역 흔적 쫓아야"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

경찰이 텔레그램에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불법으로 제작·유포한 혐의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을 구속 송치했지만, ‘대피소’라는 이름의 유사 채팅방이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성행하고 있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불법으로 유통한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이 경찰의 수사와 여론의 질타를 받자 최근 텔레그램 상에는 ‘대피소’라는 이름의 유사 채팅방이 늘어나고 있다. 대피소 이용자들은 n번방과 박사방에서처럼 여성들의 성 착취 영상물을 거래하는 한편,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고자 새로운 대피소 주소를 공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 대피소당 기본 수백여 명의 이용자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정이 이렇자 경찰의 수사망을 피한 범죄가 지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국내에서는 텔레그램을 이용한 범죄를 수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텔레그램 서버가 해외에 있는 데다, 지금껏 국내 경찰과 제대로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두원 동국대 융합보안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텔레그램을 직접 수사하기는 어렵다"며 "만약에 협조를 구하더라도 텔레그램이 회원정보를 어디까지 수집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일부 사이버수사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등 거래내역을 추적하는 수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경기지역의 한 사이버 전문수사관은 "만약 이번 사건이 해외 SNS에 누군가의 비방글을 쓴 이를 쫓는 것이라면 가입자 인적사항과 ip만으로 추적해야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n번방 사건은 불법 성 착취물을 사고 팔며 거래내역을 남겼기 때문에 흔적을 쫓으면 일당을 검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수사관은 "국제 사법공조라는 게 국제정서나 환경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아동음란물 관련 사건은 가장 공조가 잘 되는 분야"라며 "쉽지는 않겠지만 인터폴이나 FBI 등 기관과의 공조수사에 기대를 걸어본다"고 말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n번방의 성 착취물이 다른 채팅방이나 채널 등으로 이어지면서 경찰이 남은 범죄행위를 수사해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며 "이제 사건은 검찰로 넘겨졌고 검찰에서 제대로 구형하고 실제 재판부가 엄벌하는 모습이 선례로 남아야 유사범죄 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번 사건과 관계된 이들을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운영하고, 각 지방경찰청에도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단’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정성욱·명종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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