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많아졌다.

특히 전례없는 수차례 개학 연기로 아이들도 집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에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쉽게 접하기 좋은 그래픽 노블이 주목받고 있다.

그래픽 노블은 최근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역시 즐겨찾는 콘텐츠다. 최근 출간된 그래픽 노블 5편을 소개한다.
 

뉴키드
 

▶뉴키드
보물창고에서 펴낸 ‘뉴 키드’는 그래픽 노블 사상 최초로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 책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엘리트주의, 빈부격차로 인한 양극화, 인종 편견, 소외 등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조던은 명문 사립중학교에 입학했지만 유색 인종을 바라보는 편견 등에 힘들어한다. 그러나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내며 다양한 친구들과 소통하고 진정한 우정을 나누며 새로운 아이로 거듭난다.

작품 중간 중간 등장하는 조던의 그림은 ‘뉴 키드’만의 독특한 장치로 손꼽힌다. 그림 그리는 것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조던은 스케치북에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 예술적 영감들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때로 유머 감각이 빛을 발하는 이 그림은 그 어떤 에피소드들보다 작품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는 그래픽노블의 특장점이라 할 수 있는 시각적 표현이 어디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 방식의 ‘글 언어’와는 또 다른 방식의 ‘그림 언어’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보다 폭 넓은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다.

저자 제리 크래프트는 일러스트레이터이면서 그림책과 그래픽 노블 작가다.
 

앵무새죽이기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의 명작 소설 ‘앵무새 죽이기’가 도서출판 열린책들에서 동명 그래픽 소설로 나왔다. 영국 일러스트레이터 프레드 포드햄의 작품이다.

‘앵무새 죽이기’는 1930년대 미국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당시 미국 사회의 계층·인종 간 첨예한 대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초등학교에 입학 예정인 주인공 스카웃과 항상 붙어 다니는 오빠 젬, 여름마다 메이콤을 찾는 괴짜 친구 딜, 변호사인 아빠 애티커스 핀치, 이웃에 사는 은둔자 부 래들리 등이 중심이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는 출간된 지 60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정의와 양심 그리고 용기와 신념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최대한 원작을 살리면서 핵심적 사건들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호감 가는 등장인물들과 주변 이웃들의 개성 넘치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비중있게 다룬 흑인 톰 로빈슨의 재판정 장면은 인권 문제와 더불어 이 사회에서의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화점
 

▶화점
네이버웹툰에서 인기를 끈 오민혁 작가의 단편 웹툰이 단행본 ‘화점’으로 출간됐다. 지난 2015년 11월 네이버 웹툰을 통해 첫선을 보인 오 작가의 ‘화점’은 그림을 뚫고 나오는 듯한 이미지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림체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작가의 심오한 통찰이 담긴 이야기에는 호불호가 있을 수 없다.

이번 단행본에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여섯 편 작품이 수록돼있다. ‘화점’을 포함한 다섯 작품은 네어버 웹툰을 통해 공개된 작품이고, 새로운 단편 ‘우주어(宇宙魚)’를 추가해 묶어냈다. 공개된 작품이 많지 않은 만큼 작가의 새로운 단편을 기다린 팬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수록된 단편작들은 모두 밀도 높은 구성과 연출을 자랑한다. 독자들은 정신없이 책을 읽다가, 문득 작가가 의도한 바를 깨달으면서 절로 탄성을 내뱉을 것이다. 이처럼 ‘화점’은 여러번 반복해 읽으면서 작가가 정교하게 숨겨놓은 요소를 발견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남은 고양이
 

▶남은 고양이
‘고양이’를 소재로 한 만화도 있다. 창비가 출간한 ‘남은 고양이’이다. 존재만으로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이들이 곁을 떠난다면 우리는 그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반려동물과의 이별 후 절망에 빠진 인간이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전지적 고양이 시점’으로 따뜻하게 그려냈다. 동화 같은 매력적인 그림, 탄탄한 구성과 연출력으로 팬들의 깊은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소설가 은수네 집고양이 고선생은 얼마 전 14년간 함께한 동족을 떠나보냈다. 고선생은 친구를 잃고 슬픔에 빠졌지만, 힘들어하는 은수가 더 걱정이다. 커다란 상실감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은수를 보며,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시간을 ‘내 인간이 나 없이도 튼튼하게 지내도록 만드는 데’ 쓰기로 결심한다. ‘남은 고양이’ 고선생은 먹다 남긴 밥, 식어버린 컵라면, 짝 잃은 양말 같은 ‘남은 존재들’을 모아 인간을 위로하기 위한 특별하고 유쾌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대부분 동물만화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법’을 다뤘다면, 김경의 ‘남은 고양이’는 반려동물의 죽음과 그 이후를 그린다. 반려동물을 잃은 뒤의 상실감과 슬픔, 이를 이겨내는 과정을 고양이 관점에서 무겁지 않게 보여주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일
 

▶그림을 그리는 일
작가 초록뱀이 처음 내놓은 만화 ‘그림을 그리는 일’도 창비에서 나왔다. 작품은 그림책 작가의 생활과 고민, 꿈을 그렸다.

그림책 작가로서 첫 작품을 준비 중인 성민은 출간작업 과정에서 출판사와 갈등을 겪는다. 아직 데뷔하지 못한 작가다보니 다음 달 월세와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기도 하다. 번의 선택을 거쳐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떤 삶의 고민도 해결되지 않았다.

성민의 고민이 도드라지는 것은 선배 명식과 친구 재훈을 만날 때이다. 둘은 성민과 같이 그림을 그리며 성민의 그림 그리는 삶을 누구보다도 응원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은 성민의 현실적 고민에 대한 첫번째 선택지이기도 하다. ‘왜 그리는지’를 알고 계속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해가는 명식, 그림을 그만두고 평범한 직장생활을 이어가는 재훈은 성민의 눈으로 보기에는 나름의 답을 찾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성민은 그들에게서 도움과 지지를 받는 동시에 자극을 느끼기도 한다. 독자들은 이날 성민의 속 이야기를 접하며 그 모든 순간에 공감하고 또다른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이시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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