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 원동 미나리 삼겹살. 연합
경남 양산 원동 미나리 삼겹살. 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은 요즘이지만 자연은 인간사에 아랑곳없이 봄의 한 가운데로 나아가고 있다.

봄은 각종 산해진미를 즐길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2월 꼬막, 삼치를 시작으로 3월엔 각종 봄나물과 미나리, 주꾸미, 도다리가 겨우내 무뎌진 식욕을 깨운다.

봄이 깊어지면 소라, 키조개, 피조개 등 어패류의 단맛도 함께 깊어진다. 본격적인 수확 철을 맞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급감한 멍게도 대표적인 봄철 음식의 하나다.

이즈음에 나는 미나리는 '국민 메뉴' 삼겹살 구이와 환상적인 궁합을 보여준다. 미나리 특유의 알싸한 향이 기름진 삼겹살과 만나 느끼함은 잡고 감칠맛은 올려준다.

늦봄이 오기 전에 수확한 미나리를 돼지고기와 함께 싸 먹었을 때 적당히 아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어린 미나리라면 줄기보다 향이 강한 잎 부분도 고기 맛을 해칠 정도로 향이 세지는 않아서 따로 쳐내지 않고 함께 먹는다.

미나리가 웃자라면 잎과 줄기가 억세진다. 6월께 잎이 진녹색을 띨 정도로 자란 미나리는 잎사귀를 쳐내고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거나 매운탕 등에 넣어 익혀 먹을 순 있어도 생으로 먹기엔 질기다.

한재 미나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재 미나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표적 미나리 산지로 경북 청도 한재 마을이 있다. 청도 화악산 자락에서 지하 암반수를 이용해 미나리를 수경 재배하는 농가들이 '한재 미나리'라는 공동 브랜드로 매년 1천800t가량을 생산한다.

한재 미나리는 전국 최초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무농약 무공해 재배 품질 인증을 받기도 했다.

미나리 수확이 시작되는 2월부터 미나리와 삼겹살을 함께 먹으려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지는 곳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급감해 농가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한재미나리영농조합법인 관계자는 "청도 대남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온 다음 날부터 미나리를 먹으러 오는 외지인 발걸음이 뚝 끊겼다"며 "평소 같았으면 2∼3월이면 끊이지 않고 걸려 오던 미나리 주문 전화도 거의 오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사단법인 한재 미나리 생산자 연합회가 부산·경남 지역 대형 마트 등에 염가로 납품하기로 결정하면서 수확한 미나리를 대량으로 폐기해야 하는 불상사는 다행히 피했다고 한다.

이 지역 다른 영농조합인 한고을영농조합법인 소속 농가는 "관광객이 줄다 보니 미나리 삼겹살을 파는 마을 식당 피해가 컸다"며 "요즘은 인식이 조금 나아져서 소규모로 택배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전파가 걱정돼 경북 지역 농산물이 꺼려진다는 일부 우려에 대해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농산물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는 생각은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라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엄 교수는 "농산물은 죄가 없으니 많이 드셔도 된다"고 당부했다.

삼겹살을 구울 때 제철 음식인 주꾸미를 불판에 함께 구워 미나리, 삼겹살과 삼합으로 즐길 수도 있다.

주꾸미는 보통 매운 양념을 넣은 볶음 요리로 많이 먹지만, 이즈음 육질이 야들야들한 주꾸미는 숙회나 구이로도 맛과 식감이 빼어나다.

불 위에서 장시간 익히면 질겨질 수 있기 때문에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쳐서 살짝 익혀준다. 이후 직화 또는 프라이팬 위에서 강한 불로 겉면을 살짝 태우듯 굽는다.

주꾸미 껍질에서 올라오는 불 맛이 산란기를 맞은 암컷 주꾸미 머리에 꽉 찬 부드럽고 기름진 알의 풍미에 포인트를 준다.

주꾸미를 구이가 아니라 양념 볶음으로 만들 때 미나리를 넣어도 금상첨화다. 고추장 양념한 주꾸미 위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미나리를 올리고 함께 볶으면 두 가지 봄 냄새가 물씬 풍기면서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잠시 잊을 수 있게 해줄 음식이 완성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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