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피우던 담배를 끊는 중이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것이 금연이라고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자기는 200번도 넘게 해봤다고 한다.

피울 장소도 마땅치 않아 죄인처럼 숨고, 그것도 모자라 담뱃갑에 커다랗고 징그러운 사진까지 선사하니 짜증이 나서 작심한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혈연, 학연, 지연보다 애틋한 것이 흡연이다. 귀퉁이에 모여 담배를 피우는 서로를 보면서 동질감 이상을 느낀다. 게다가 국가에 항거 못하는 모범납세자들이다.

운전석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경찰 단속에 걸려 과태료를 물면 음주운전과는 다르게 약이 오른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내가 위험에 처할 선택을 할 권리는 나에게 있다. 언제부터 국가에서 나의 생명과 안위를 이토록 생각했는지 어이가 없다.

책에 나오는 국가의 존재 이유는 외부의 침략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게 하는 데 있다. 하지만 위의 예에서 보듯이 나에게 국가란 상당히 귀찮고, 번거롭고, 위선적인 존재다.

그동안 살면서 국가의 고마움을 느꼈을 때를 생각해 본다. 전쟁의 고통을 안 겪은 것, 열심히 노력하면 그래도 기회가 오는 것, 밤길을 거닐 때 비교적 안전한 것…

대다수 국민은 국가를 정부와 같은 것으로 본다. 국민, 영토, 주권을 포함한 개념이 국가이고, 국민이 선택한 것이 정부다. 우리는 국가가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건 정부다. 현실에서 국가는 정부를 통해서 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프랑스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되었다. 인터뷰하면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유해한 마약으로 인한 부작용은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에 적절한 예가 될 수 없지만 국가의 과도하고 불필요한 규제와 간섭에 대한 대항으로 느꼈다.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Leviathan)’은 정치학의 고전이다. 리바이어던은 성경에 나오는 거대한 바다 괴물인데 홉스는 절대 권력을 가진 국가를 리바이어던에 비유했다.

홉스는 최악의 상태는 국가가 없는 상태이며 어리석은 지도자가 나타나는 것은 그리 나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 국가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홉스는 무정부 상태를 상정한 일반론을 말했을 뿐이다.

사실 국가는 제 할 일만 제대로 해도 국민은 피곤하지가 않다. 국민은 헌법에 나와 있는 6대 의무만 잘 지키면 된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대환란을 겪으면서 새삼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떠오른다.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위해 각자가 살길을 찾아야 하는 절박한 현실에다 국가가 계속 헛발질만 하니 울화통이 치민다. 국민이 인내하고 의료진이 희생하여 겨우 고비를 넘고 있는데 해외 입국자를 통제하지 않아 다시 확산되고 있다.

돕지는 못할망정 일을 키우니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이 가장 두려워하는 말이 있다. "저는 국가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안 도와줘도 좋으니 방해만 안 했으면 한다.

이인재 전 파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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