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선거에서 국민의 선거행위는 ‘민주주의 꽃’이고, 그 공정성 등의 보장 정도는 한나라의 민주주의 척도가 된다고 한다. 70여 년의 우리 선거 역사를 되돌아 보면, 별별 수난과 부정을 다 겪었다. 기호와 현금을 봉투에 넣어 돌리고, 밀가루·고무신 등을 주는 유권자 매수선거가 50~70년대를 지배하였고, ‘다리미선거표’ ‘피아노표’ ‘올빼미표’ ‘7인조·9인조’라고 불리던 3·15 부정선거도 있었다. 하지만 70년대가 넘어가며 유권자에게 현금과 물품을 뿌리는 행위가 만연되어 있던 각종 부정선거는 점차 사라졌고, 선거관리위원회의 기구가 확대되고, 선거에 관련된 법이 치밀하게 규정되어 규율·단속하며 과거의 원시적이고, 노골적인 부정은 없어져갔다. 지금 젊은이나, 중·장년들은 내 이야기가 거짓말 같이 들릴지 모르나, 여기저기 기록으로 남아있다. 우리 선거사상 참으로 유감스러운 것은 70년 중반 전후에 한 입후보자가 "우리는 한식구 아니가"라고, 선동한 이래 뿌리내린 ‘지역감정’이다. 그것은 30년간 우리 정치상황을 정신적으로 지배해왔고, 그 DNA는 지금도 잠재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인사청탁과 지역개발에 까지 이어지고, 특히 경찰청장, 검찰총장, 법무부장관등의 정권유지와 관계 있는 요직에는 출신지역이 고려되어왔다. 그런 현상은 ‘지역감정’을 강화시켜 왔다. 그러나 뜻 있는 인사들의 살신성인적 노력과 몇 몇 대통령의 노력으로 상당히 완화된 것 같이 보이나, 강한 ‘정치적 유전자’로 현존하고 있다고 본다. 누구든 선거에 임하여 할 말은 많다고 본다. 앞서 말한 ‘원시적 부정’은 없어졌으나 ‘지역감정’과 ‘기권’은 변모된 부정으로 보고 싶다. 나는 여기서 특히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지역감정의 문제’다. 여러 가지 폐해를 생각할 수 있으나 지역감정에 의하면 어느 지역 출신의 계파에 속하고, 출신지역을 중심으로 표를 찍게 된다. 이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부지깽이를 내세워도 당선된다’는 현상을 가져오고, 거시적으로 보면 국민에게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다. 누구도 ‘국민의 삶’을 개선하겠다고 공약한다. 그러나 그의 ‘가치관’이 사회연대적이고, 사해동포(四海同胞)적인가를 잘 살피지 않으면 바른 인물에 투표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법적 안정성도 중시하여야 하나, 적극적 개혁성향의 인사가 당선되어야 한다. ‘갑의 지위를 가진 자’만을 살피는 우파·보수주의자가 당선되는 것도 곤란하고, ‘급진적 좌파성향’ 인물이 당선되는 것도 곤란하다. 요약해서 말하면 ‘법적 안정성’ ‘형평’도 고려하되, 우리의 어려운 삶을 개선할 의지가 있는 인물이 당선되어야 한다. 우파·보수주의 사상만 내세우는 인물은 반 개혁적이라고 보면 논리의 비약일까.

둘째, 뚜렷한 이유 없이 기권하지 말아야 한다. 기권하는 이유로는 병으로 움직일 수 없거나 다급한 다른 일 때문에,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라는 생각에서 등이다. 가장 금기해야 할 일은 세번째 경우다. 비 참여는 가장 서투른 참여 라는 말이 있듯, 내가 기권하면 선거 결과를 왜곡시킨다. 다시 말하면 낙선되어야 할 사람이 당선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상대평가를 하여 표 찍을 사람을 골라야 한다. 내가 이유 없이 기권하면 이해관계자의 심부름이나 하는 인물이 당선될 수 있고, 정쟁만 심화 시킬 수 있다. 선거관리기관은 더 많은 판단 자료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하고, 적극적인 선거 참가 캠페인을 해야 한다.

송희성 법률연구소장, 전 수원대법대학장, 행정대학원장, 행정심판위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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