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원삼면 청주한씨 등제공파, 인근지역 땅값 올라 이장에 난항
주민 반대도 눈치… "SK서 도와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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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에 위치한 청주한씨 등제공파 종중 묘지의 모습.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으로 이 묘지는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 놓였다. 김형욱기자

청주한씨 등제공파 종중이 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부지 내에 있는 종중 묘지 이장과 관련, SK하이닉스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등제공파 종중은 묘지를 인근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인데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으로 인해 지가가 오르고 마땅한 장소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7일 청주한씨 등제공파 종중에 따르면 용인 원삼면 독성리 364-3번지 일대에는 500여 명의 종인을 모신 종중 묘지가 있다.

실제 이날 오전 11시께 등제공파 종중 관계자와 함께 찾은 해당 묘지에는 수십여 개의 비석과 꽃이 놓여져 있었다.

문제는 이곳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부지 내에 위치해 이장이 불가피하다는 데 있다.

등제공파 종중은 묘지를 이장할 부지를 알아보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삼면 지역이 SK하이닉스 반도체 사업으로 지가가 예전보다 오른 데다가 묘지 이전 시 이를 반기는 주민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종중 묘지와 인접한 독성1리는 청주한씨 등제공파 종인들이 살고 있는 집성촌이다.

종인들은 수백 년간 조상들이 대대로 살아왔던 터전에 묘지를 조성하고 조상들을 기려왔지만,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으로 이를 이전해야 하는 상황에 편치 않은 마음이다.

한상우 독성1리 이장은 "400여 년 전부터 이곳에 자리 잡고 살아왔다"며 "(묘지를 이장해야 해)조상을 뵐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SK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이) 국가를 위해서 해야 될 일이라 반대는 하지 않지만 (SK하이닉스 측에서 묘지 이장을 위해) 어느 정도의 도움을 줘야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은 원삼면 독성, 죽능, 고당리 일대 448만4천여 ㎡에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공장 4개 라인과 50여 개 협력업체가 들어서는 초대형 사업이다. SK하이닉스는 이 사업에 120조 원의 사업비를 투입할 예정이다.

2018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제조업 혁신 전략으로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용인시를 포함한 전국 다수의 지자체들이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나섰고 지난해 2월 사업시행자인 용인일반산업단지(주)가 용인시에 산업단지 공급물량 확보를 요청하면서 용인으로 최종 입지가 결정됐다.

하지만 산업단지 오·폐수 처리를 두고 인근 안성시가 환경 오염을 우려로 강하게 반발하는 등 최근 사업 진행이 난항을 겪고 있다.

묘지 이장의 어려움에 대해 사업시행자인 용인일반산업단지(주) 관계자는 "아직 보상 절차가 시작되려면 멀었다"며 "(묘지 이장에 대해)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김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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