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일보는 2020년 한해간 경기도의 아름다운 사찰들을 톺아보고 사찰 주변의 숨어 있는 관광 요소들을 찾아보는 ‘2020년 경기도의 아름다운 사찰’기획기사를 진행한다.

총 104개에 달하는 경기도 내 사찰은 다른 지역사찰과 어떤점이 다른지, 또 관광지로의 가치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다.
 

(왼쪽부터) 임석규 재단법인 불교 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장 · 유근자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초빙교수 · 주수완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 도윤수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문화재연구소 전임연구원

좌담회 참여자

임석규 재단법인 불교 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장

유근자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초빙교수

주수완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도윤수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문화재연구소 전임연구원
 

▶ 경기도 사찰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유근자 교수 = 경기도의 사찰은 왕실원찰, 족보사찰, 왕능수호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사찰들은 왕실에서 시주를 하는 정도로 그쳤지만 경기도원은 왕과의 관계가 친밀한 성격이 있었다. 또 수도를 수호하는 산성인 북한산성, 남한산성의 축조에 승려들이 많이 참여하면서 산성 안에 사찰들이 많이 생겼다. 국가수호와 관련된 사찰이 많다는 뜻이다.

임석규 실장 = 화성의 용주사가 그런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다. 고려시대 당시 서울은 수도가 아니었지만 중요하게 여겨진 곳이다. 북한산 승가사의 경우 고려시대 왕들이 내려와 제사를 지낸 곳이다. 그전통이 조선시대로 넘어갔고 특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종대왕은 승가사에서 제사를 올린 기록이 남아있기도 하다. 북한산 삼천사, 회고사 이런 절들이 고려시대의 발자취다.

주수완 위원 =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서 살펴보면 경기도는 삼국시대 당시 고구려 백제 신라의 모든 영향을 받았던 중심지역이다. 삼국의 문화가 만나는 곳이다. 또 불교가 중국에서 올때의 길이 바로 한강이라는 교통의 요충지다. 이때문에 이지역도 연구가 많이 돼 야하는 독특한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유근자 교수 = 다만 형태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는 않다. 현재 남아있는 모습은 조선시대로 고정돼 있다. 다만 성격이조금 다르다고 볼수있다. 대방이란 사찰 앞마당에 있는 대형 온돌방이다. 사찰의 법당에서 기도하기위해서는 법전 안에 들어가야 하지만 왕실에서 온 사람들을 특별히 대접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대방이다. 특히 몇날 몇일을 집중해서 기도를 해야되기 때문에 먹고 자는 것을 해결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도윤수 연구원 = 대방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하다고 본다. 대방이 경기도에 많이 나타날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도 왕실 후원을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는 사찰을 짓고도 산속 깊은곳에 암자를 또 두고 수행하던 기능을 수도권에서는 사찰 하나에 모두 포함시키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러면서 대방 건축이 부각되기도 했다. 물론 대방은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긴하지만 사찰의 주요 공간으로 자리잡은 것은 수도권 사찰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 사찰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임석규 실장 = 사찰은 모든것이 종교와 관련된 것이다. 장엄하다는 의미를 붙일 만한 것은 불화와 단청들이 있다. 불교에서 최상위의 극락을 표현하는 문양과 색깔이 모이면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집약된 곳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사찰을 짓는 사람은 궁궐을 짓던 장인들이었다. 최고의 장인들이 만든 작품이 집약 돼 있는 곳이 바로 사찰이라고 할 수 있다.

유근자 교수 = 사찰은 인간의 건축과 자연이 잘 융합된 곳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건축과 조경이 잘 보호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주수완 위원 = 사찰에 들어가게되면 자신이 살던곳과 격리되고 동떨어진 곳에 와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된다. 이를 통해서 속세에서의 자신의 삶을 외곽에서 들여다 볼 수 있고 멀리 볼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종교미술이나 사찰이 가진 매력이기도 하다. 다른 세상에 와서 내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라는 뜻이다.

 

▶ 관광지로서의 사찰은?

도윤수 연구원 = 다른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오래된것과 전통적인것, 불교적인 것이 현대사회에 와서는 구분이 모호하고 막연히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사실 기와지붕은 사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사찰 건축의 특징이라고 이야기 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사찰까지 가는 여정 자체가 관광의 영역으로 보는 것을 권하고 있다. 산티아고의 순례길처럼 말이다. 대부분 사찰을 방문할때 차를 가지고 들어가는데, 차라리 사찰에 가는 여정 자체를 자연과 어우러진 옛 길이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걷는 것이 하나의 요소라 생각한다. 사실 관광이라고 하는 것의 의미는 시대가 변화할때마다 달라진다. 최근의 제일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체험이다. 그런데 체험이라는 행위가 관광자원이 된것은 얼마 되지 않았어도 사찰안에서는 이미 이뤄지던 것들이었다. 힐링도 마찬가지다. 템플 스테이를 통해 힐링과 체험이 이미 많이 이뤄지고 있었다. 관광 자원으로서의 사찰보다는 시대가 요구하는 관광의 의미를 사찰이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즉 개별 사찰이 자신만의 특성을 꾸준이 만들어간다면 지속 가능성이 보장이 될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처럼 관광정책에 따라 획일적인 시설들과 프로그램들이 강요된다면 사찰 한 곳만 가면 더 이상 다른 곳은 갈 필요가 없어지게된다.

유근자 = 최근에 왕실 원찰에 관한 불교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왕릉들이 거의 대부분 경기도에 분포 돼 있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있다. 이 왕릉 옆에는 원찰, 원당들이 반드시 있다. 이를 이용해 왕릉과 사찰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조선시대의 역사와 불교사를 모두 아울러 볼수 있을 것 같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유치원생부터 일바인까지 모이게 되면서 하나의 순례프로그램이 되는 것이다. 일본의 고야산에는 산 전체를 순례길로 만들었다. 경기도도 남양주 봉선사와 광릉, 용주사와 융건릉 등을 이런 프로그램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임석규 = 사찰은 정치적으로 당시의 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정치적으로나 역사적,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즉 인문학의 총서라 할 수 있다. 그런곳인 만큼 관광만의 관점으로 보기는 어렵다. 사실 불교의 안에는 관광의 요소는 없다. 그러나 이것을 어떤식으로 대중들과 호흡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부 없이 사찰을 관광자원으로 만드려고 하면 안된다는 뜻이다.

도윤수 = 유의해야할 점이 있다. 한가지 큰 아이템이 있으면 사찰 대부분이 획일적으로 휘말린다는 것이다. 템플스테이가 한 예다. 템플스테이 안에 포함된 프로그램이 사찰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들로 획일화 되는 경우가 있다. 스님들과 똑같이 체함하는 것이 인기 있을때는 모든 사찰들이 같은 프로그램을 하다가 어떤때는 방임형, 또 자유형 등 그때그때 획일화 된다는 뜻이다. 표준모델이 만들어지만 그 모델에 맞춰서 자신의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해야되는데 한가지로 통일되야 하는것처럼 잘못 오해되고 수용되는 것이 많은 것 같다. 관광자원은 똑같으면 안된다. 서로 차별성이 있어야한다. 개별 사찰들이 역사성 등 특별하고 차별화된 자원을 개발 하는 고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끝으로 이번 기획에 대해 할말은

주수완 = 사찰의 관광 콘텐츠화라고 하면 접근성의 용이를 꼽는다. 그렇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사찰을 찾는 이유는 오래되고 원시적이며 불편하더라도 몸으로 직접 하는 것을 느끼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차장을 넓게 만들고, 길을 뚫는 등의 일들이 관광을 위한 길이 아니다. 사찰의 본질을 유지할수록 관광으로서의 진정성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들은 절에가면 법당에 들어가서 절하고 소원빌고 나오는데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많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번 기획에서 보여줬으면 한다. 바쁘고 위급한 상황일수록 명상과 좌선을 하면서 여유를 가진다. 이 정신을 사찰에서 가르치고, 이 행위에서 사찰다움을 만들수 있지 않을 까 생각한다.

유근자 = 개인적으로 가족들과 함께 남양주의 사찰을 들리곤한다. 절에 잠깐 들렸다가 절앞에 맛있는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 오곤 한다. 사찰에서 휴식하고 맛집을 들리고 하는 이 모든것이 일반인들에에는 모두 큰 위안이면서 휴식인것 같다. 그런 장소로서의 사찰이 현재처럼 유지하고 있어도 좋을것 같다.

백창현기자

사진=김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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