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에 대한 시공사의 사고대책 설명회에서 유가족들이 시공사의 태도에 크게 반발하며 몸싸움이 발생했다.

30일 오후 1시55분께 화재 현장 인근에 마련된 이천 모가 실내체육관 내 피해가족 쉼터. 이천 물류창고 시공사인 ㈜건우 측이 유가족을 상대로 사고대책 설명회를 하기 위해 들어섰다.

체육관 단상 위에 올라간 시공사 대표이사 A씨는 무릎을 꿇은 뒤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연신 말했다. A대표는 두 눈을 감고 양 손을 모은 채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며 "앞으로 잘하겠다. 죄송하다"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

30일 오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참사 현장 인근 모가실내체육관에 마련된 피해 가족 시설에서 시공사 대표가 피해 가족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고 있다. 김영운기자
30일 오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참사 현장 인근 모가실내체육관에 마련된 피해 가족 시설에서 시공사 대표가 피해 가족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고 있다. 김영운기자

유가족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시공사 관계자들이 A대표를 부축해 나가려고 하자 유가족 측에서 "대책을 이야기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어 "왜 대책을 얘기하지 않고 나가려 하느냐", "쇼(show)하는 것 아니냐"며 분개했다.

그러나 시공사 관계자들이 A대표를 부축해 체육관 밖으로 나가자 유가족들이 시공사 관계자들에게 다가가며 충돌이 발생했다. A대표는 약 30m가량을 부축받아 걸어가던 중 갑자기 잔디밭 위로 쓰러진 뒤 실신했다.

30일 오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참사 현장 인근 모가실내체육관에 마련된 피해 가족 시설에서 시공사 대표가 피해 가족들에게 항의를 받으며 쓰러지고 있다. 김영운기자
30일 오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참사 현장 인근 모가실내체육관에 마련된 피해 가족 시설에서 시공사 대표가 피해 가족들에게 항의를 받으며 쓰러지고 있다. 김영운기자

그러나 유가족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A대표 옆에 선 유가족들은 "오늘 유가족에게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온 것인데 왜 죄송하다는 말만 하고 갑자기 쓰러지나"며 "기자들까지 다 불러놓고 쓰러지는 건 결국 ‘언론플레이’를 하려고 했던 것 아닌가"라며 분개했다.

10여분 간 쓰러진 채 일어서지 않던 A대표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실려갔다.

30여분간 지속된 소란 이후 이천시는 시공사와 유가족을 한 자리에 모아 대책마련을 하고 있다.

정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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