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TV 부처, 1974(2002)
백남준, TV 부처, 1974(200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운영을 중단했던 경기도내 문화시설이 개방하면서 색다른 전시 관람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19일 찾은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 티브이 웨이브’전에서도 ‘거리두기’ 형태로 전시를 관람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백남준아트센터 출입구 2곳은 폐쇄된 상태다. 관람객을 통제하기 위해 정문 입구만 운영한다. 입구에서부터 발열 체크를 해야하며 이름, 출입 시각 등 개인 정보를 기록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

입구에서부터 전시장까지 이어지는 곳에도 손세정제가 여럿 배치됐다.

전시장 내부에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양새다. 마스크 착용자만 입장할 수 있다. 관람객간 2m 거리 유지도 필요하다.

이번 전시는 시간당 관람 인원을 사전 예약자 50명으로 한정했다. 전시장 내 적정 인원이 늘어나도 제재를 가한다.

여러가지 제약으로 편하게 전시 관람이 어려워도 관람객들은 문화시설 개방을 환영하고 있다.

한 관람객은 "코로나 19 때문에 집에서 나오지 못한 날이 길다"며 "이렇게라도 오랜만에 전시를 관람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이번 ‘백남준 티브이 웨이브전’은 비디오 아트와 텔레커뮤니케이션이 결합된 ‘백남준의 방송’을 조명하는 전시다.

특히 지난 1960년대부터 1980년까지 백남준이 선보였던 각종 방송과 위성 작업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를 통해 그의 텔레비전 탐구와 실험 세계를 조명하는 것이다.

백남준은 삶과 사회에 다양한 파장을 일으키는 TV를 예술 매체로 활용했다. 그가 일찍이 관람객과 ‘소통’하는 예술가로 사랑받아온 이유다.

특히 쌍방향 소통 매체가 드물었던 1960년대에 그의 작품은 사회에 다양한 물음을 던진다.

그의 작품 중에서도 ‘TV 부처’와 ‘달에 사는 토끼’ 등은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TV 부처’는 TV모니터와 불상이 마주보고 앉은 작품이다.

모니터 뒤편 폐쇄회로 카메라가 불상을 실시간으로 비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난다. 화면 바로 앞에 자리한 부처는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게 된다.

전시 구성 역시 ‘관객 참여’에 초점을 맞췄다. 1969년 제작한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는 제작자와 시청자간 ‘소통’을 실현해냈다.

이 기계를 활용하면 시청자들도 TV 화면을 1천여가지 방법으로 즉석에서 만들어 낼 수 있다.

백남준은 저마다의 TV채널을 운영하는 시대를 일찌감치 예견했고, 실제 이를 실현하려 했던 것이다.

이외에도 ‘참여 TV’ ‘씬디사이저’ 등은 관람객이 곧 창작자가 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김성은 관장은 "코로나로 많은 이들의 일상이 변화했다"라며 "이번 전시가 떨어진 공간을 연결하고 마음을 잇는 소통과 화합의 기회를 만들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