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체험장 관리 부실 만연...배설물 뒤섞여 갇혀 사는 토끼
생태체험장 관리 부실 만연...배설물 뒤섞여 갇혀 사는 토끼
  • 정성욱
  • 기사입력 2020.05.20 22:05
  • 최종수정 2020.05.21 0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도내 곳곳 생태체험장 관리 부실… 길이 1m 좁은우리 8마리 키우거나 물도 못 마신 채 채소만 먹기도
전문가 "동물 전시 비윤리적 행위"
경기도내 생태체험장이 동물의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운영되거나 위생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며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토끼 사체가 발견된 수원 한 아파트단지 내 토끼사육장. 김영운기자
경기도내 생태체험장이 동물의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운영되거나 위생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며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토끼 사체가 발견된 수원 한 아파트단지 내 페쇄된 토끼사육장. 김영운기자

생명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겨야 할 생태체험장에서 동물 사체가 발견(중부일보 5월 19일자 19면 보도)되는 등 문제가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경기도내 곳곳에서 생태체험장이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오산맑음터공원. 공원 한편에 오산시가 9년째 운영하고 있는 생태체험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길이 1m·높이 30cm가 채 안 되는 낡은 나무 우리 안에는 다 자란 토끼 1마리와 아기토끼 7마리가 부대끼고 있었다.

이런 진열장 형태의 좁은 우리에서 지내는 토끼는 하루 4시간 이상의 야외 운동을 해야 하지만 토끼들은 우리 안에 매일 갇혀 있었다. 깔개가 없다 보니 토끼들이 배설물 위에 그대로 누워 있기도 했다.

지난 19일 시흥 함줄도시농업공원 내 토끼 우리 안에 성토와 어린토끼 10여 마리가 구분없이 생활하고 있다. 이곳 토끼들은 물을 먹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성욱기자
지난 19일 시흥 함줄도시농업공원 내 토끼 우리 안에 성토와 어린토끼 10여 마리가 구분없이 생활하고 있다. 이곳 토끼들은 물을 먹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성욱기자

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공원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동물농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매일 사육장을 청소하고 먹이도 주고 있으며, 어느 정도 큰 토끼는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공원에 방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흥 함줄도시농업공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는 공원 내에서 토끼와 닭을 기르고 있다.

지난 19일 토끼 우리 안에는 성토와 어린토끼 10여 마리가 구분 없이 모여 있었다. 수컷 토끼가 4~5개월령이 되면 서로 살점을 뜯으며 싸우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런 토끼의 습성은 고려되지 않은 형태였다.

심지어 토끼들은 물도 마시지 못하고 있었다. 관리자가 먹이로 주는 채소만으로 수분공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끼는 하루 평균 150~250ml의 물을 마셔야 한다.

시 관계자는 "토끼가 (수분이 포함돼 있는) 풀을 매일 먹기 때문에 겨울철이 아닌 이상 따로 물을 주지 않아도 된다"며 "토끼 번식력이 좋아 개체 수가 금방 늘어나는데, 요청하는 곳이 있으면 분양을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도내 생태체험장은 동물의 습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담 수의사도 배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8일 오산맑음터공원 내 토끼 우리. 정성욱기자
지난 18일 오산맑음터공원 내 토끼 우리. 정성욱기자

혜금(활동명) 토끼보호연대 활동가는 "생태체험이라는 명목으로 동물을 전시하고 사업 수단으로 여기는 발상 자체가 반생명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라며 "생태체험장에서 방목하는 동물은 곧 유기동물이며, 매해 유기동물이 10만 마리씩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나서서 유기동물을 늘리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임재규 인덕원종합동물병원장은 "반려동물로 키우는 토끼는 야생에서 사는 산토끼와는 전혀 다른 종류이기 때문에 자연으로 방목되는 건 버려지는 것과 같다"며 "좁은 우리는 토끼에게 적합한 생활공간이 아니며, 토끼는 여름철 더위에도 매우 약하기 때문에 실외에서 사육할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성욱기자




볼만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