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삶] 유영국의 추상
[명화와삶] 유영국의 추상
  • 최경자
  • 기사입력 2020.05.21 20:57
  • 최종수정 2020.05.2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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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지닌 색채보다 훨씬 아름다운 절대미를 추구한 유영국의 작품이다. 군더더기 없는 선이나 면의 조형성과 공간구성을 극대화한 작품으로, 우주의 깊이와 심연의 밤하늘 너머 끝이 보이지 않는 아득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픽 디자인 같은 현대적인 느낌의 이 작품은 가장 단순하게 표현한 추상 세계의 평화롭고 자유로운 울림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유영국은 자신의 감성과 인식의 세계를 추구한 진정한 예술가였다. 예술가란 어떤 마음 자세를 가지고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를 침묵의 삶으로 보여주었다. "아무 데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해 본 것" 작품에 대한 그의 담담한 한마디가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예술가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여기저기 눈치 보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예술가로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만을 탓하기보다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유영국의 작품에는 작업, 작품이란 제목이 대명사처럼 붙어있다. 온전히 순수한 조형의 세계, 선택한 형태와 색의 자율성을 추구하는 유영국의 추상화들은 형태와 색이 만나 매일 다른 세상을 만들어 냈다. 하루에 8시간 이상을 노동하는 예술가 유영국은 86세로 타계할 때까지 자신이 그려낸 추상적 세계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려 노력했다. 자연과 우주의 서정 시인인 그는 마음속의 순수함을 가장 단순한 형태로 표현하고 싶어 했다. 동양의 산수화가 보여주는 여백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심오한 세계의 여유와 멋을 마음대로 구사한 그의 작품은 새로운 차원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작품>, 유영국, 1973, 캔버스에 유채, 134x 134
<작품>, 유영국, 1973, 캔버스에 유채, 134x 134

고향 울진과 자연의 원형을 구성적인 도형 속에 담아낸 그의 작품은 자연을 통해 자연의 정수를 직관적으로 느끼게 한다. 1900년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유독 남 앞에 나서길 좋아하지 않는 타고난 겸손함과 강직함 때문에 대중과의 소통이 거의 부재했다. ‘예술가는 오직 작품으로만 보여야한다’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자신에게는 혹독하리만치 엄격했지만 식구들과 주변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관대했다. 형식과 타협을 거부하면서 오직 예술을 위한 한 길만을 고집했던 침묵의 화가 유영국. 그의 절대적 예술혼의 기품과 고독한 자유혼의 향기가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감동과 위로를 주고 있다.

최경자 화가,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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