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7월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인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산업의 부품소재를 주로 일본에 의존한다는 것을 노렸다. 반도체 부품의 국산화와 시장 다변화에 방심한 사이 일본이 이를 노리고 직격탄을 던진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일본이 이를 악용할 것이란 생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우리 정부가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계속 노력했지만 일본은 강경책에 묵묵부답으로 맞섰다.

이에 우리 국민들이 먼저 행동하고 실천에 나섰다. 일본 여행 하지 않기, 일본 제품 사지도 팔지도 않기 등 ‘안 가고, 안 사고, 안 팔기’ 운동이 적극적으로 전개되었고 지금도 이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기업들도 일본의 본 모습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어 일본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소재·부품 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실해지면서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10개월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 기업들이 소재·부품의 탈일본화에 적극 나서면서 오히려 일본 소재기업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실적 저하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표상으로도 일본 기업들의 피해가 더 큰 상황이지만 일본 정부의 강경 기류는 변하지 않고 있어서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한국 기업들은 탈일본화에 속도가 붙은 상황인데 일본 정부는 자국 내 여론 악화에도 팔짱을 풀 기세가 없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이달 말을 시한으로 수출규제에 대한 답변을 촉구했지만 한국 정부의 일방적인 시한이라며 불쾌감을 표했다는 소식만 전해지고 있다.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는 자국 기업이 벼랑 끝에 몰려도 수출규제를 풀지 않겠다는 고집인 것이다. 일본 정부의 강경책에 고스란히 일본 기업이 피해를 안고 있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수출규제가 풀린다고 해도 한국 기업들의 탈일본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수출규제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는 것이 일본 기업의 판단이고 일본 정부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국제무역의 도의를 저버린 무분별한 수출규제로 인해 일본 기업에 대한 신뢰가 상실했고, 이는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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