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위치 깜깜… 사실상 관리 방치, 시민들 "실제로 본 적 없어"
비상벨·표지판 없어 존재조차 몰라… 일부 경찰서 홈페이지엔 리스트 실종

성남 태평4동 골목길에 있는 여성 안심 귀갓길. 사진=성남시청
성남 태평4동 골목길에 있는 여성 안심 귀갓길. 사진=성남시청

여성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여성안심귀갓길’이 지난 7년 동안 ‘지정’만 된 채 사실상 방치돼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2013년부터 여성 안전 취약지를 여성안심귀갓길로 지정, 방범 시설물을 설치해 여성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도내 여성안심귀갓길은 이달 기준으로 총 453개소다.

그러나 본보 취재진 확인결과 도내 43개 경찰서의 홈페이지에서 여성안심귀갓길 항목이 없는 곳은 총 7곳, 지난 2015년도 자료를 끝으로 목록을 업데이트 하지 않은 곳은 총 6곳이었다.

관내 경찰서 홈페이지에서도 여성안심귀갓길 관리 현황과 위치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실제로 취재진이 수원 권선구의 한 여성안심귀갓길을 찾아본 결과 드문드문 서있는 가로등은 골목길 안쪽까지 비추기엔 역부족이었다. 유사시 누르도록 돼있는 비상벨은커녕 이곳이 여성안심귀갓길이라는 표지판조차 보이지 않았다.

또 귀갓길을 활용해야 할 여성 대부분이 집 앞 골목길이 ‘여성안심귀갓길’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 제도만 만들어놓고 실행은 손놓고 있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화성 봉담읍에 거주하는 김모(27·여)씨도 "여성안심귀갓길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본 적도 없고 당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다"며 "여성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지자체와 협의해 범죄율을 줄이고 시민 안전을 꾀하는 것이 여성안심귀갓길의 취지지만 개소가 너무 많은데다 예산도 올해가 돼서야 배정됐다"며 "안심귀갓길 한 개소당 가로등 하나 세우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이번 한달간의 안전실태 집중 점검을 통해 많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경찰은 뒤늦게 일부 경찰서 홈페이지에 여성안심귀갓길 리스트를 업데이트 했다.

김희민기자

 

사진=KBS 방송 캡쳐(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KBS 방송 캡쳐(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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