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기업들 수십년째 규제 완화 불발에 "되겠나" 반응 냉랭
지자체는 "규제로 기업 떠나면 지역도 위기"… 용인·남양주 등 8곳 협의회 꾸려

경기도 수원산업단지 전경. 사진=수원시
경기도 수원산업단지 전경. 사진=수원시

"수도권 규제 완화요? 수십년 동안 불가능했던 일인데 과연 가능할까요. 언젠가는 저희가 수도권을 떠나야겠죠."

지난 26일 만난 경기도 광주소재 빙그레 공장 관계자의 말이다. 덤덤한 그의 말투 속에서는 일말의 기대감도 찾기 힘들었다.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 강화 방침 발표 이후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광역·기초단체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정작 현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말로만 그쳤던’ 수도권 규제 논쟁에 일희일비했던 지난 수십년의 상흔이 남은 탓이다.

빙그레 광주공장 관계자는 "수도권 규제 완화 목소리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닌 만큼, 기업들은 사실 기대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빙그레 광주공장은 전국 4개 공장 생산률의 30%를 차지하던 곳이지만, 수도권 규제에 막혀 제조시설 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산량을 지방으로 이전시켜야 했다.

현재는 생산률이 10%대로 급감했으며, 비효율적 물류배송으로 인해 연간 5억여 원 대 영업 손실을 입고 있다.

인근 롯데칠성음료 광주공장은 잉여 제품을 보관할 창고시설이 부족해 신설이 시급하지만, 규제에 막혔다.

이에 일부 생산라인을 안성으로 옮기기 위해 기존 시설 철거와 재투자를 위한 수백억 원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롯데칠성음료 광주공장 관계자는 "물류비는 늘어나고, 설비의 효율성은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규제에 막혀 수도권 입지에 대한 가치가 없어지면 결국에는 수도권을 떠나는 것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여주시 기업 상황도 마찬가지다.

KCC 여주공장은 2001년 자동차 유리 공장 증설 계획을 세웠다 수도권 규제에 막혀 세종으로 가야만 했고 두 곳으로 나눠진 공장에 연간 100억 원의 물류비용이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아니라 신규투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사업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시설 확보가 규제에 막혀 불가능해지면서다.

KCC 여주공장 관계자는 "요즘 값 싼 수입산 유리가 많이 들어오는데 이러한 상황에 KCC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능성 유리 등 다양하고 새로운 방향의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며 "수도권 입지로 인해 사업범위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개발까지 어려워진다면 결국에는 수도권을 떠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로 나간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을 한다고 하는데 유리를 만드는 KCC는 수도권을 떠나는 상황이 온다면 원료 수급이 편한 해외로 나가는 방향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열 번 찍어 안넘어 가는 나무 없다’ 냉랭한 기업들 반응과 달리, 도내 지자체들은 희망을 놓지 않고 있었다.

용인, 남양주, 광주, 하남, 이천, 양평, 여주, 가평 등 8개 시·군은 ‘(가칭)경기동부상수원관리지역규제합리화협의회’를 구성, 규제 완화를 위한 대정부 건의를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기도 하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기업이 규제에 막혀 지역을 떠나면 지역은 일자리 감소 등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수도권 규제 완하는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규제 완화를 쟁취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쳐갈 것"이라고 전했다.


양효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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