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4개동 철거… 주차장 조성, 남은 2곳 복원·활용 등 계획 없어"

‘미쓰비시 줄사택 지역’ 모습. 사진=부평구청
‘미쓰비시 줄사택 지역’ 모습. 사진=부평구청

"지역의 역사적를 간직한 건물의 철거를 막아야 한다."

‘미쓰비시 줄사택’이 2개 동만 남기고 모두 철거된다.

인천시 부평구는 부평2동 공영주차장 건설 사업에 따라 줄사택을 철거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현재 남은 6개 동 가운데 4개 동을 철거하면 줄사택이 사라진 땅에 주차장 50면이 들어선다.

남은 2곳은 복원과 활용 등 특별한 계획이 없어 방치되고 있다.

이연경 인천대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 연구원은 "계획 없이 무작정 철거하는 방식엔 분명 문제가 있다"며 "이렇게 간다면 결국 남은 건물마저 없어지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어 "줄사택이 주차장 때문에 사라지고 있다"며 "지역의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을 이렇게 밀어버리면 정말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된다"고 했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반환이 진행 중인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는 광복 이전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군수기지인 인천육군조병창으로 사용됐다.

조병창은 소총·탄약·포탄 등을 만드는 곳이다.

부평사편찬위원회가 발행한 부평사(富平史)를 보면 1944년에만 소형선박 250척, 무전기 200조, 소총 4천 정, 포탄 3만발, 차량 200대를 생산했다.

조병창 인근엔 전쟁무기 부품을 납품하는 미쓰비시(三菱) 등 전범기업들이 모여들었는데, 당시의 부평 자체가 하나의 군수기지였다.

조병창엔 강제징용노동자들이, 전범기업들엔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온 도시의 빈민 노동자들이 모들었다. 당시 노동자들이 살던 집이 부평2동의 줄사택, 산곡동 영단주택이다.

이 연구원은 "줄사택의 역사적 가치를 고려한다면 원형 그대로의 보존이 필요하다"며 "고민하는 사이 건물 상태는 악화된다. 지금이라도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부평구는 줄사택 보존에 소극적이다.

현재 구는 줄사택 기록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물 잔해와 과거 입주민들이 쓰던 생활용품 몇 가지를 다른 곳에 보존하는 내용이다.

구 관계자는 "4개 동은 철거, 남은 2개 동은 매입이나 활용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줄사택을 보존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구에서도 인지한다"면서도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다. 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했다.


신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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