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도로·버스 관련 281개 최다… 신도시·재건축 등 도시개발 9% 차지
복지 8%·교육·문화관광체육順 대규모 국책사업들도 포함돼

‘3천89개’.

경기지역 21대 국회의원 59명이 내건 공약의 총합이다.

물론 이 수치는 책자형 공보물에 명시된 공약들만 추린 것으로, 선거기간 중 내건 공약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약 (公約)은 사전적으로 ‘정부,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하여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함. 또는 그런 약속’을 뜻한다.

한 마디로 공직선거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선택받기 위해 내건 약속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공약을 일종의 ‘고용계약서’라고 표현했다.

이 계약서에서 국민은 갑, 후보자는 을이다.

통상적인 계약의 경우 계약서상 합의 사항이 이행되지 못했을 때 책임은 을에 돌아간다.

하지만 이 계약은 좀 다르다.

을의 계약 미이행 또는 잘못이나 실수로 벌어지는 상황의 책임을 갑이 짊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서상 갑인 국민 대부분은 계약서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4년 계약’을 맺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 무엇이 가능한 지 또 증명해냈다."

코로나 19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상황 속에서도 단 한 명의 감염자 발생 없이 국회의원 총선거를 치러낸 대한민국에 쏟아진 외신 평가다.

마의 60% 벽을 깨고 66.2%라는 투표율을 기록한 21대 총선은 전대미문의 감염병 사태 속에서 실시됐다는 점에서 더욱 높은 평가를 받는다.

결과는 좋았으나, 과정 또한 그러했을까.

3천89개. 경기도내 59명 국회의원들이 책자형 선거공보물을 통해 내놓은 공약의 총합이다.

예년과 같은 선거였으면 선거구별 후보자들이 공약을 놓고 치열한 갑론을박을 펼쳤을테지만 이번 총선은 달랐다.

정부의 코로나 19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 거대양당이 벌인 ‘이슈 파이팅’에 함몰돼, 입법기관이 될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공약에 대한 조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21대 총선은 전대미문 전염병 사태 속에서 대면 선거운동도, 정책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깜깜이 선거’였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중부일보는 이번 경기지역 21대 국회의원 59명의 책자형 선거공보물 속 공약 중 본인이 직접 선정하거나, 언론보도 등에 거론된 주요 공약 608개를 선별·분석했다.

◇교통분야 281개 최다… 의료분야는 18개로 최저= 중부일보는 608개 도내 국회의원들 주요 공약을 교통, 도시개발, 입법, 산업, 교육, 생태·환경, 복지, 문화·관광·체육, 경제, 의료 등 분야로 분류해봤다.

이들 주요 공약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분야는 단연 교통이었다. 철도와 도로, 버스, 주차장, 환승센터 등 교통과 관련된 공약사업은 총 281개. 주요 공약 608개의 46.2%에 달하는 수치다.

두 번째는 도시개발 분야가 59개(9.7%)로 뒤를 이었다. 도시개발 분야로 분류된 공약들은 신도시 및 택지 조성과 도시재생, 재개발·재건축, 공공기관 유치·조성 등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3위는 복지분야로 50개(8.2%)였으며, 이어 교육 44개(7.2%), 문화·관광·체육 42개(6.9%), 산업 38개(6.3%), 입법 33개(5.4%), 생태·환경 20개(3.3%), 경제 20개(3.3%), 의료 18개(2.9%) 순이었다.

여기서 입법 공약의 경우 각 정당 공통공약은 국회의원 주요 공약에서 제외했다. 또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 추진과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 공약 3개는 기타로 분류했다.

분야별 주요 공약 리스트는 중부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쏟아지는 수도권 교통공약… 철도 관련 공약 절반 이상= 주요 공약의 절반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는 교통분야 공약은 총선 뿐만 아니라 대선과 지방선거 등 수도권에서 열린 매 선거마다 등판하는 단골 메뉴다.

국회 원구성 때마다 국토교통위원회가 선호 상임위 1위를 차지하는 사례 역시 개발과 교통분야 사업에 표가 모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281개의 교통분야 공약을 다시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KTX와 SRT 등 고속전철과 전철 및 이를 유치하기 위한 종합환승센터 등 철도분야가 131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차량 교통 분산을 위한 도로 및 주차장 관련 공약은 67개였으며, 버스 관련 공약은 41개, GTX 관련 30개, 트램은 12개로 나타났다.

GTX와 트램의 경우 일반 철도 공약과 별개로 분류했지만, 철도공약을 모두 더하면 교통 공약의 절반을 훌쩍 넘는 173개로 집계된다.

또 주요 공약으로 분류된 교통 공약 281개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은 서울로 연결되는 광역교통이 주를 이뤘다.

 

◇전문가들 "배드타운화 촉진" "재원조달 미비" 비판= 어떤 이유에서 수도권 광역교통 공약들이 이처럼 선거 때마다 쏟아지는 것일까.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이에 대해 "수도권이라는 이름으로 서울 출퇴근 인구가 늘어나고 그에 따른 주거, 교통, 교육 등에 대한 욕구가 정비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서울과 교통해소 공약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비싼 서울 아파트값에 밀려 경기도로 이주한 이들이 많아서다"라며 "그 사람들한테는 오로지 출퇴근에 도움만 되면 표가 된다고 (후보자들이)생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이처럼 광역교통 관련 공약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서울하고 자기 거점도시와 연계발전이 나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배드타운을 조장하는 꼴이 된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교통분야 SOC사업 공약에 대한 재원조달 방안 미비를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저희가 본 후보자들(공약) 중 서울과 수도권 도로·교통 공약 예산만 500조 원이 넘더라. 전국 후보자들 400여 명을 합했더니 4천조 원이 넘어섰다"면서 "책임없이 (공약만)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우리나라 SOC 예산이 23조 원이다. 이 23조도 현재 진행 중인 사업과 물려 있는데 (공약에 나온) 그만한 사업들을 어떻게 하겠나"고 비판했다.

황영민·이시은·김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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