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표 게임 닌텐도 '동물의 숲'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 최고 호황… 중고사이트서 웃돈 붙어도 팔려

"닌텐도 스위치는 없어서 못 팔죠."

1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소재 한 대형마트. 닌텐도 스위치(게임기)에 대해 직원들이 쏟아낸 말이다. 지난주 입고된 2대 모두 입고와 동시에 팔렸다는 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한 직원은 "어린이날을 3일 앞두고 스위치 7대가 들어왔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수십 명의 손님들이 몰렸고, 매장 오픈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고 돌이켰다.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리면서 일본제품 국내판매 온도차가 극명하게 대조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자 게임기 전문업체 닌텐도는 역대 호황을 누린 반면, 유니클로 자매회사 격인 ‘GU’와 스포츠의류 데상트키즈(영애슬릿) 등은 국내 오프라인 매장 철수를 결정한 상태다.

일본 콘셉트인 이자카야는 불황의 늪에 빠진 모습이다.

 

1일 수원시 팔달구  소재 한 대형마트 게임상품 진열대에 닌텐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모두 팔린 가운데 샘플상품만 놓여 있다. 명종원기자
1일 수원시 팔달구 소재 한 대형마트 게임상품 진열대에 닌텐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모두 팔린 가운데 샘플상품만 놓여 있다. 명종원기자

◇불매운동 무색…닌텐도 게임기 ‘매진’= 일본의 대표 콘솔게임 전문업체 닌텐도가 지난 3월 20일 선보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출시 이후 6주간 글로벌 1천341만 장이 팔리면서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국내 닌텐도 유통업체 대원미디어도 닌텐도 스위치 흥행으로 올해 1분기 매출액(548억 원)이 1년 전보다 11.8% 증가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해당 게임 캐릭터가 그려진 ‘동물의 숲 에디션(정가 36만 원)’을 사기 위해 모여들었다. 이 제품은 현재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20여만 원 웃돈이 붙은 60만 원대에 팔리고 있다.

불매운동에도 닌텐도가 한국에서 선전한 데 대해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게임 콘텐츠 특성상 국적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여기 더해 그는 "일본 불매운동이 약해진 상태에서 출시됐고, 이어 코로나19가 찾아왔다"면서 "사회생활이 뜸한 가운데 게임 안에서 성과를 남들에게 과시할 수 있는 동물의 숲이 인기를 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몰 수지점 내 GU
롯데몰 수지점(용인시 수지구 소재)에 입점한 GU 매장의 모습. 명종원기자

◇일본기업 국내 매장 속속 철수= 국내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는 일본기업도 늘고 있다. 일본 SPA 브랜드 GU는 오는 8월 국내 매장 3곳(서울 2곳, 경기 1곳)을 모두 정리한다. 유니클로와 GU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한 9천749억 원. 5년 만에 매출액이 1조 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이같이 결정한 것이다. 2천억 원대였던 영업이익 규모도 19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에프알엘코리아는 국내 오프라인 매장을 빼는 것에 대해 ‘완전 철수’는 아니라고 전했다.

에프알엘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오프라인 매장은 영업을 한시적으로 종료하지만, 온라인스토어 등을 통해 자사 제품판매는 지속한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말 일본 패션 브랜드 데상트 ‘영애슬릿(young athlete)’도 오는 8월까지 모든 오프라인 국내 매장 철수를 결정했다. 데상트 영애슬릿은 수원, 평택, 안산 등 전국 주요백화점과 쇼핑몰 등에 모두 47개 매장이 입점해 있다. 데상트 매출은 지난 2015년(6천490억 원)을 기점으로 최근 4년간 꾸준히 오르다가 지난해 1천억 원가량 급감한 6천156억 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 올림푸스(카메라), 닛산·인피니티(자동차) 등도 한국 사업을 접는다.
 

이자카야 지나가는 시민
지난달 29일 늦은 오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자리한 한 이자카야 앞을 한 시민이 무심히 지나치고 있다. 이곳 직원은 일본 불매운동에 이어 코로나19가 찾아오면서 매출회복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명종원기자

◇이자카야 직격탄…"매출회복 어렵다"= 일본식 술집(이자카야)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불매운동 여파에다 코로나19가 겹치면서 매출회복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지난주 금요일(5월 29일) 늦은 오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일대 이자카야 거리는 곳곳 점포들이 불을 밝히지 않아 황량하고 적막했다. 일부 업주는 콘셉트 변경이나 폐점을 고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자카야 직원 박모(27)씨는 "코로나가 시작하던 지난 2~3월 월매출은 50%가량 줄어 600만~700만 원 수준이었다"면서 "일본 불매운동이 일던 지난해 매출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인근의 또 다른 이자카야 점장 김모(26)씨는 "최근 들어 재난지원금을 사용하러 오는 손님들이 있다"면서 "다만, 올해 2~3월 매출이 60%가량 줄어 코로나 피해 회복이 어려울 것 같다"고 언급했다.

명종원·전원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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