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태 야간로스쿨 A급 높게 평가… 1억짜리 공모사업 50개 악성 꼽아
코로나로 재정낭비 불구 SOC 집중… "국회의원은 철도 놓는 사람 아냐"

전문가들이 뽑은 경기도내 국회의원 공약 베스트 10과 워스트 10.

객관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운 주제이지만, 각계 시각에서 바라본 좋은 공약과 나쁜 공약에 대한 기준점이 제시됐다.

이들은 어떠한 기준으로 각각의 베스트와 워스트를 선정했을까. 전문가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 박상철 교수는 "아무리 지역구 선거라도 국회의원으로서 해야되는 일과 가능한 일이 공약에 나와야 하는데 지방의원 내지는 지자체에서 할 일을 표를 얻기 위해 공약으로 내건 것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꼽은 공약의 좋고 나쁨의 기준점은 크게 국정 연관성과 실현 가능성이다.

그는 "박광온 의원의 ‘방과 후 돌봄센터 확대’는 현재도 어느정도 돼 있지만 국회의원으로 이걸 더 세게 해봤으면 한다"면서 "김태년 의원의 ‘아시아실리콘밸리 성남 완성’도 판교를 중심으로 실리콘밸리라는 자족도시 그림을 그렸다는데서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김민철 의원이 제시한 ‘경기북도 신설’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박 교수는 "사람들이 (경기북도에 대해) 찬반론을 가질지 모르겠지만, 이미 많은 행정기관은 북과 남으로 나눠져 있다. 특히 북쪽은 특수하고 남쪽에 비해 열악한 환경"이라며 "오히려 나눠지는 것이 경기북도의 현실과 미래지향적인 것을 찾을 수 있다고 봤다. 실제 북쪽사람들은 다 도지사가 안 되지 않나"고 설명했다.

양기대 의원의 ‘방송통신대학교 야간 로스쿨’ 공약을 놓고서는 "로스쿨이 만들어졌을 때 ‘개천에서 용 난다’가 없어졌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런데 방통대 로스쿨은 기존 로스쿨처럼 돈이 있거나 스펙이 뛰어나지 않은 사람도 할 수 있는 것으로, 국회의원 공약 중에서는 A급이라고 볼 수 있다"고 극찬했다.

반면 워스트 공약들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박 교수는 "홍기원 의원의 ‘5성급 호텔 유치’. 이런 것은 너무 막연하지 않나. 공약이 아니다"라며 "철도 공약들도 외려 배드타운을 조장하는 꼴이 되는거라 워스트에 뽑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김남국 의원의 ‘리노베이션 위주 1억 원짜리 공모사업 50개 추진’의 경우 전형적인 악성 공약이다. 일종의 ‘돈의 정치’라고 볼 수 있다"면서 "최춘식 당선인의 ‘걱정 없는 복지시스템, 든든한 농축산업’은 그야말로 추상적인거다. 회사 사훈같지 않나"고 꼬집었다.

 

◇유병욱 수원경실련 사무국장= 유병욱 사무국장이 선정한 베스트 공약은 주로 주거 관련 문제 해결을 제시한 내용들이 많았다. 유 사무국장은 "월 10만 원 임대주택, 세입자 부담 적은 순환용 임대, 노인·청년 지원 임대주택 건립 등 새로울 것은 없으나, 지역사회서 부동산 주거 문제 관련 활동을 해왔기에 관련 공약을 꼽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 집값은 제어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고, 이를 내세운 의원들 공약이 높게 평가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 사무국장은 이어 "나머지는 특별한 기준보다는 경실련 활동 등에 비췄을 때 공익에 부합하는 것들을 선정했다. 전통시장 활성화, 경기의료원 기능 확대, 노선입찰제형 준공영제 등 전반적으로 시대에 맞춰 베스트 공약을 뽑았다"고 덧붙였다.

워스트 공약 선정 기준에 대해서 유 사무국장은 "필요성과 현실가능성에 주안을 뒀다"고 설명했다.

유 사무국장은 "트램 유치 공약은 수원의 사례를 보면 안다"면서 "염태영 수원시장 취임 후 트램 만든 다고 햇으나 아직도 안 됐다. 사업 추진 여건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트램을 내놓는데 실현 가능한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세공무원교육원부지에 신도시 조성은 구체적인 방안과 규모가 없고, 공시가격 인상 저지는 경실련 입장에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또 ‘국가지정 문화도시 부천’ ‘프로 실업스포츠팀 광명 유치’ ‘미사섬 10조원 규모 국제 마이스복합단지 추진’ 등에 대해서는 "공익이나 취지 다 떠나서 현실가능성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이게 과연 의원들의 공약이 맞나 싶었다." 베스트·워스트 공약 선정에 대한 평가 기준을 묻자 이광재 사무총장이 꺼낸 첫 마디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도로 등 SOC에 집중된 공약들에 대해 국회의원 역할론을 꺼냈다.

이 사무총장은 "예전부터 경기도에 도로나 철도 관련 SOC 공약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도로나 철도를 놓는 사람들이 아니다. 선물보따리 풀듯 이것저것 풀어놨는데, 이게 과연 국회에 들어가고자하는 사람들이 하는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GTX나 KTX 공약도 한 쪽에 유치되면 다른 곳에서 피해가 있을 수 있다"며 "코로나 19로 많은 재정이 소요되고, SOC 예산은 23조 원인데 늘어날 일이 없어 보인다. 이걸 뻔히 알텐데 교통공약을 꺼냈다니. 유권자 표심 자극에 얼마나 유리한지 모르겠으나, 이건 표만 뺐고 마음에 상처내는 아주 대표적으로 나쁜 공약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베스트를 뽑을 때는 입법 관련 공약을 제시한 분들 것만 뽑았다"고 말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공약을 ‘해법’으로 규정하면서 좋은공약과 나쁜 공약의 기준으로 ‘차별화’와 ‘철학’ ‘전문성’을 제시했다. 이 평론가는 "민주주의 조건은 유권자들이 선택을 잘 할 수 있도록 후보들 사이에 차이가 존재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현실에서는 국회의원들의 공약리스트에서 이름을 가리면 어느 정당인지 어느 지역구인지도 구분 못할 공약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철학’에 대해서는 "지역민들의 욕구를 단순히 정책화하면 안 된다"면서 "전체 공동체를 위하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지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나쁜 공약 기준을 묻는 질문에 이 평론가는 "첫째 ‘내 지역, 내 지역구민, 내 유권자만’ 챙겨주는 공약, 둘째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정책을 발표한 내용을 두고 ‘신속 추진’이니, ‘안착’이니 하는 묻어가는 공약, 셋째 이행가능 여부를 따지지 않은 ‘지르기식 공약’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황영민·이시은·김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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