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여준선생 삼악학교 터 · 해주 오씨 독립운동 기념비도 겹쳐… 市·시행사 "좋은 방향 문제 해결"

용인시 원삼면 죽능리에 위치한 독립운동 유적지인 삼악학교 터와 해주 오씨 독립운동 기념비가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시는 해당 유적지가 공장 인근이라 현 상태로 유지는 어렵다고 보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역사적 의미를 남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일 용인시에 따르면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가 들어서는 원삼면 죽능리 일대에는 독립운동가들이 교육을 받았던 삼악학교 터가 남아있다.

삼악학교는 용인 출신 독립운동가 여준 선생이 1908년 9월에 세운 학교다.

이 학교는 신교육을 통한 구국운동을 펼치기 위해 설립됐다.

학교를 세운 여준 선생은 중국지역 독립운동의 지표를 제시한 선각자다. 1862년 죽산군 원삼면 죽릉리(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에서 태어나 박찬익, 김동삼, 김좌진 등 38인과 대한독립선언서를 발표한 독립 운동가다. 임시정부 간서총판부 총판을 역임했다. 여준은 신민회에 가입해 이승훈과 함께 1907년 12월 오산학교설립에도 참여했다.

1일 오전 방문한 삼악학교 터에는 ‘용인독립운동유적’이라는 푯말에 삼악학교에 대한 설명이 써 있었다. 푯말에서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삼악학교 터’라는 커다란 비석이 세워져 있다. 오가는 사람은 없었지만 푯말과 거대한 비석으로 여기에 삼악학교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1일 용인시 원삼면 죽능리에 위치한 ‘삼악학교 터’ 비석의 모습. 삼악학교는 신교육을 통한 구국운동을 펼치기 위해 1908년 설립됐다. 김형욱기자<br>
1일 용인시 원삼면 죽능리에 위치한 ‘삼악학교 터’ 비석의 모습. 삼악학교는 신교육을 통한 구국운동을 펼치기 위해 1908년 설립됐다. 김형욱기자

◇오광선 독립지사와 인연 있는 삼악학교=삼악학교 터가 자리한 원삼면 죽능리 일대는 해주 오씨 집성촌이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용인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인 오인수, 오광선, 오희영, 오희옥 여사를 기리기 위해 해주 오씨 문중에서 만든 기념비가 있다.

오희옥 여사의 할아버지인 오인수 씨는 1905년 용인에서 의병을 이끌고 일본헌병대를 습격하며 독립운동을 했다. 아들 오광선과 함께 만주로 망명한 후에도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오인수의 손녀인 오희영, 오희옥 여사도 독립운동에 참여해 이 집안은 3대가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오희옥 여사는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됐다. 1926년생인 오희옥 여사는 현재 서울 중앙보훈병원에 입원 중이다.

오광선 독립지사는 삼악학교와 인연이 있다. 여준 선생이 삼악학교 교장이었을 때 오광선 지사가 이 학교에 다녔다. 이처럼 원삼면 죽능리는 한국 독립 운동사에서 중요한 인물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역사적인 장소다.

1일 용인시 원삼면 죽능리에 위치한 해주 오씨 3대 독립운동 기념비의 모습. 김형욱기자<br>
1일 용인시 원삼면 죽능리에 위치한 해주 오씨 3대 독립운동 기념비의 모습. 김형욱기자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역사적 장소 사라질 위기=그러나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이곳에 들어서게 되면서 오희옥 지사의 장남 김흥태(57)씨는 고민이 많다. 삼악학교 터는 반도체 공장 단지 부근이고 해주 오씨 문중에서 세운 독립운동 기념비는 변전소 부지로 예정돼 있어 원형으로 보존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자 김흥태 씨는 시에 비석을 옮겨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유진선, 명지선 시의원과 이건한 시의장을 만나 비석 이전에 대한 논의를 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시 관계자도 참여해 각자 머리를 맞대며 비석을 옮길 장소를 역사 공원화하는 방안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문가들은 해당 독립운동 유적지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의미가 크다며 어떤 식으로든 흔적이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실장은 "1907년에 정미의병이 일어나면서 기존과 달리 새로운 민주 공화제를 추구하는 것으로 의병 운동의 흐름이 바뀌는 데 있어 여준 선생이 핵심"이라며 "그런 인재를 양성하려고 한 곳이 바로 삼악학교"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떤 식으로든 (흔적이) 남아야 된다"며 "예를 들어 이곳에 기숙사가 들어온다고 하면 기숙사 이름을 ‘삼악관’으로 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이같은 결정은 SK 하이닉스 측의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역사 공원화는 검토 중"=시는 삼악학교 터와 해주 오씨 독립운동 기념비를 옮기는 것을 두고 SK 하이닉스 측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삼악학교 비석과 해주 오씨 독립운동 기념비를 옮겨야 되는 상황은 맞다"며 "역사공원으로 변경해서 비석을 옮기는 것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사업시행자인 용인일반산업단지 주식회사 측은 죽능리 독립운동 유적지에 대해 시와 협의해 좋은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전했다.

용인일반산업단지 주식회사 관계자는 "확정된 건 아니지만 (독립운동 유적지에 대해)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되도록 할 것"이라며 "시와 협의를 통해 비석 같은 부분은 가능하면 소공원 같은 곳으로 옮기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환·김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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