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레스피아 약품 과다투입 추정… 체계적 대응위해 매뉴얼 마련 시급

지난달 6일 용인 탄천과 성복천에서 폐사한 물고기들을 작업자가 치우고 있다. 사진=용인환경정의
지난달 6일 용인 탄천과 성복천에서 폐사한 물고기들을 작업자가 치우고 있다. 사진=용인환경정의

최근 용인 탄천과 성복천 일대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사고와 관련, 이같은 사고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는 체계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용인시에 따르면 수지레스피아(하수처리장) 방류지역인 탄천과 성복천 일대에서 지난달 6일 오전 물고기가 폐사했다.

시는 당시 수지레스피아의 약품 투입을 중지하고 오전 11시40분께 폐사된 물고기를 발견, 오후 7시께까지 폐사된 물고기를 치웠다. 폐사된 물고기양은 40kg 상당이다.

시는 물고기 폐사 원인을 수지레스피아 총인처리설비 약품 투입 배관이 막혀 수동으로 약품을 투입하던 중 약품이 과다 투입돼 탄천과 성복천의 수소이온 농도지수(pH)가 떨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시는 과다 투입된 약품량을 1~2t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시는 수질 검사는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진행했고 폐사된 물고기에 대한 검사는 강원대 환경연구소 부설 어류연구센터에 맡겼다.

검사 결과 수질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폐사 어류체에 대해서는 아가미 쪽에 백화현상이 나타나 급성 손상이 있음이 확인됐다. 물고기들은 pH 쇼크로 인한 아가미 손상으로 폐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과정에서 시는 어류체 검사를 의뢰할 기관을 찾지 못해 사고 후 바로 검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용인에서 발생한 물고기 떼죽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5월 포곡읍 금어천에서 물고기 수백 마리가 떼죽음 당했고 2014년 7월에는 원삼면 용담저수지에서 물고기 1천여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2017년 4월에는 기흥구 신갈동 신갈천에서 300여 마리의 물고기가 폐사됐다.

환경단체는 이처럼 용인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관내 하천 물고기 떼죽음에 대한 대응이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있도록 하는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기존 매뉴얼은 포괄적이라 실제 하천 관련 사고와 맞지 않아=현재 용인시에는 하천 사고와 관련해 ‘대규모 수질오염 현장 조치 매뉴얼’이 있다.

그러나 이 매뉴얼은 대형 사고에 맞춰져 있어 관내에서 발생하는 물고기 떼죽음과 같은 사고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 환경단체와 시의 공통된 생각이다. 실제 벌어지는 사고와 맞는 세부적인 현장 매뉴얼이 필요한 셈이다.

또 이번 경우와 같이 하수 시설에서 문제가 발생해 하천 사고가 났을 때 담당 소관 부서가 상이한 점도 매뉴얼이 필요한 이유다. 하수 시설과 관련된 업무는 하수도사업소, 하천 수질 등 환경에 대한 것은 환경과, 하천 둔치는 건설도로과에서 담당한다. 이처럼 각기 다른 부서에서 업무를 맡다 보니 이번과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났을 경우 체계적인 대책이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

지난 3일 관내 환경단체인 용인환경정의, 백군기 용인시장, 시 관계자들은 서로 만나 이번 사고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용인환경정의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는 ▶‘물고기 집단폐사 대응 매뉴얼’을 시민단체, 전문가와 공동검토해 완성 ▶하천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 및 환경단체 리스트’ 작성 ▶향후 ‘물환경 민·관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해 시민단체와 협업 추진 등을 논의했다.

시 관계자는 "‘대규모 수질오염 현장 조치 매뉴얼’이 지자체마다 만들어져 있는데 재난 상황에 준해 만들어져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참여해 작성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며 어떻게 시작을 할지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김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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