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정치권에 다양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원구성의 난항이야 예견됐던 일이니 그다지 주목할 전선이 못 된다. 주목할 만한 전선은 차기 대권을 놓고 다투는 물밑 전선이다. 그중 특히 눈길이 가는 전선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간의 ‘기본소득 대 국민고용보험’ 전선이다.

현재까지 정치권에 형성된 전선은 국회 원구성 전선을 비롯해서 총 네 곳이다. 이어서 앞서 언급한 ‘기본소득 대 전국민고용보험’ 전선이 형성됐다. 또 다른 전선 역시 민주당 내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른바 ‘친낙(친이낙연) 대 반낙(반이낙연)’의 당권 전선이다. 얼핏 당권경쟁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차기 대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네 번째 전선은 미래통합당에서 형성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당권을 거머쥔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당의 환골탈태를 주문하며 연일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당 안팎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

각기 전선의 겉과 속을 톺아보자. ‘기본소득 대 전국민고용보험’ 전선이다. 먼저 포문을 연 건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전 국민 2차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을 역설하는 동시에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논의에 불을 붙인 건 뜻밖에도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었다. 이어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국민고용보험 카드를 꺼내 들면서 양상이 복잡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기본소득은 낯선 용어였다. 시민사회 일각에서 논의되고는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시기상조론이 우세했다.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데에는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이 한몫했다. 박원순 시장은 기본소득 도입 이전에 복지제도 강화를 통한 사회 안전망 확보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럼에도 이슈 선점의 효과는 ‘사냥꾼’ 이재명 지사가 거둔 것으로 보인다. 전선의 프레임이 ‘기본소득이냐, 전국민고용보험이냐’가 아닌 ‘기본소득이냐, 아니냐’로 흘러가고 있어서다. ‘농사꾼’ 박원순 시장은 이번에도 발이 느렸다. 아무려나 이 전선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주요 대권 주자 간의 전선이면서 동시에, 모두가 관심을 가질 법한 민생 전선이기 때문이다.

다음 전선은 민주당 내 ‘친낙 대 반낙’ 전선이다.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권 지지율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이낙연 의원은 당 대표 출마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지만 발표는 미루고 있다. 나서자니 7개월짜리 당 대표까지 욕심낸다는 소리를 듣게 될 터이고, 그만두자니 가뜩이나 부족한 당내 입지를 공고히 할 기회를 스스로 박차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지점, 이낙연의 고뇌를 정확하게 파고든 이가 김부겸 전 장관이다. 당 대표 2년 사수, 즉 대권 도전 포기를 시사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미래통합당 안팎에서도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가 순항하게 될 것인지,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인지를 가름할 중대한 전선이다. 장제원 의원을 필두로 비대위 발목잡기가 격렬하다. 표면적으론 보수의 가치를 내려놓고, 진보의 2중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지만 속내는 역시 대권 관련 물밑 신경전이라 할 만하다. 외곽의 홍준표 등이 ‘반김’ 정서를 부추기는 이유다. 황교안 낙마 이후 당내에 이렇다 할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는 것 또한 혼란의 원인이다.

정치,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다. 정치권의 다양한 전선들을 일별(一瞥)하면서 드는 생각이다. 정작 중요하고 시급한 전선은 따로 있다. 온 국민이 온몸으로 맞서 싸우는 코로나19와의 실전 상황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등교가 불안하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폐업의 위기에 몰려 있다. 기업은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고,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고 있다. 하루하루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국민은 생의 최전선에서 숨조차 쉬기 힘들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본연의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 코로나 최전선에 나서라는 것도 아니다. 바라기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심시키기 위한 든든한 후방 역할이다.

최준영 작가, 책고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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