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이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 이에 대응하여 미국은 미국비자발급· 투자유치·법률 집행·외환 등에 있어서의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하자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가 흔들릴 위기에 처하고 있다. 홍콩의 특별지위가 박탈될 경우 최대 1조 달러의 자금이 홍콩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아시아금융 허브는 어디가 될 것인가? 싱가포르, 도쿄, 대만 등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이런 국면이 한국이 국제금융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의 금융을 국제화를 통해 선진화해야 한다. 금융이라는 것은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자금 조달처로서 만이 아니라 그 자체가 국가 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하나의 성장 동력이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 산업의 부가가치율은 70% 수준으로 20% 수준인 제조업이나 40% 수준인 전체산업 평균보다 훨씬 높다. 뿐만 아니라 한국이 홍콩이나 싱가포르 수준의 금융 강국이 되면 투자은행, 자산운용, 금융컨설팅, 외환거래, 상품거래, 금융 및 상품중개, 국제채권발행 및 인수업무 등이 활성화되면서 금융 및 관련 서비스업부분에서 수십만 개 이상의 고부가가치 신규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추산된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지난 30년 전부터 국제금융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법률·컨설팅·IT 등 지식기반 경제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생산성을 창조하는 정책을 펴오고 있다. 법률 분야만 보아도 홍콩과 싱가포르는 아시아 법률시장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금융의 선진화 내지 국제화란 한국이 금융정책, 규제, 실무의 패러다임이 금융선진국들의 그것과 상호 통용될 수 있도록 동일화하는 것이다. 즉 세계유수의 다국적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기업 및 금융 활동을 자유롭고 편하게 할 수 있는 금융환경이나 투자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2017년 세계경제포럼 평가결과 금융시장 성숙도가 137개국 중 74위, 은행 건전성 91위인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한국의 금융 산업은 산업적 측면에서 육성되기 보다는 정책 수단으로 과도하게 이용하여 시장 위험은 높은 반면 은행의 건전성, 자본력 등은 약한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정부가 국제금융 중심 전략을 주도한다면,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금융가에 상당히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안다. 또 정부, 경제계 및 금융계가 결심만 한다면 금융 관련법·제도 절차 등의 제·개정 그리고 계약에 의해 이루어지는 모든 국제거래 실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법조 인력이 충분히 포진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19년에 세계변호사대회를 유치하여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어 이미 국제적 역량이 세계에 충분히 검증된 바 있다. 한국은 이미 IT기술·철강·조선·반도체·국제공항 등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세계적 강국으로 부상하였다. 금융권이라고 해서 세계를 석권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한국 정부가 전략적이고도 정책적으로 금융 관련법, 제도 및 시스템을 국제규격의 그것으로 개혁을 이끈다면 금융계·법조계·IT계는 불과 몇 년 만에 세계의 선진금융기법과 투자가 몰리고 한국의 금융회사가 국제금융 중심지를 운영할 실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믿는다.

여기에 한국금융의 혁신을 꾀하면서 근본적으로 들이대야 하는 잦대도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금융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여겨왔다. 당연한 판단이다. 그러나 어떠한 금융사고가 나면 그 때마다 유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를 만드는 데 급급했지, 금융규제 체제에 전반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잦대, 즉 원천적인 금융관련 요소들이 체계적으로 실행, 감시 및 조정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있어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한국금융을 국제화를 통한 선진화하기 위한 규제체제의 혁신을 하고자 한다면, 정부가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금융행위를 열거하여 허락하는 대신, 철저한 금융관련 윤리요소들의 실현을 통해 공평한 경쟁의 장을 구축하여 안전을 도모하되, 창의적인 새로운 금융상품이 속출하고 국제금융으로서의 도전이 실현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고용이 위축되고 수출이 감소되는 상황에서, 비대면 IT기술을 활용한 국제금융혁신이 국부증진을 돌파할 수 있는 가장 유효적절한 정책 방안 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국제 금융을 통한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고부가가치 고용 창출은 자연 소득분배를 개선하고 국민 복지를 향상시키며 이는 사회통합과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바라건대, 이번 홍콩 사태를 계기로 하여 우리 금융 산업을 실태를 점검해 보고 금융계와 법조계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총망라하여 정부가 금융개혁에 대한 장·단기적 대책을 수립함으로써 금융선진화를 통한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 주기를 기대한다.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