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락세 달리다 최근 급등세... 조정지도 거치지 않고 규제 묶어
효력발생 당일부터 매수 '뚝'... 중개업계 "굶어 죽으란 건가"

경기 군포시 산본동 ‘삼성래미안하이어스’ 아파트 단지4
21일 오후 역광 속의 경기 군포시 산본동 대장주 아파트 ‘삼성래미안하이어스’ 단지 모습. 군포시는 ‘6·17 부동산 대책’에 따라 비규제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직행했다. 박다예기자

"1기 신도시 중 가장 집값이 안 오른 게 군포 산본입니다. 올해 들어 시세가 올라 그나마 사정이 나아졌는데 갑자기 규제 지역으로 묶으면 어떡합니까. 여기 부동산 중개업은 다 굶어 죽으란 겁니까."

지난 19일 오후 군포시 산본동 ‘삼성래미안하이어스’ 아파트 단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 A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부터 6·17 부동산 대책에 따라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 지역으로 묶인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은 매수 문의가 끊겼다. 수요자가 관망세에 들어가면서 거래도 소강상태를 보였다.

그중에서도 비규제지역이었다가 조정대상지역을 거치지 않고 투기과열지구 대열에 낀 군포시 부동산 업계는 이제 막 닥친 ‘부동산 한파’에 당혹감을 넘어 분노감까지 느끼는 모습이었다.

A씨는 "규제 적용 하루 전날인 18일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피해 급매를 팔아치우려는 매도자와 대출 끼고 조금이라도 싼값에 집을 사려는 매수자 간 거래로 정신이 없었다"며 "규제가 시작되는 날부터 거짓말처럼 매수 문의가 뚝 끊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군포시는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의 풍선효과로 집값 급등을 겪은 곳이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군포시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1월 0.39%에서 2월 1.02%, 3월 6.22%로 가파르게 치솟다 4월 3.98%, 5월 1.29%를 기록하며 상승폭을 줄였다.

6·17 대책 이전 투기과열지구 과천시, 조정대상지역 안양 동안구와 인접해 있지만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데다 GTX-C노선 개통과 금정역복합환승센터 개소 등 호재로 시세가 뛴 것이다. 특히 지난달 산본신도시 랜드마크 격인 ‘삼성래미안하이어스’가 전용 178㎡ 기준 실거래 최고가 12억8천만 원에 거래됐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매물 호가는 13억~14억 원대에 달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규제 지역으로 묶여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된 부동산 업계는 ‘억울하다’는 시름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성남 분당과 같이 집값이 천정부지로 뛴 소위 ‘잘나가는’ 1기 신도시를 구경만 하는 처지였다가 최근 들어 올랐다는 탄식도 이어졌다.

실제 지난해 1~8월 군포시 월간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0.05~1.07% 등으로 하락세를 달리다 겨우 벗어났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 B씨는 "규제 적용 직전인 17~18일 급매물 5건의 거래가 성사됐고, 19일부터 매수 문의가 줄어든 수준이 아니라 아예 없다"며 "그동안 저평가됐다가 이제야 날개를 펴나 했더니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시장이 또다시 침체기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과중한 대출 규제 등이 적용돼 부동산 매매 거래가 끊기면 전셋값이 치솟는데, 지난주 5억5천만 원에 거래된 삼성래미안하이어스 전세 매물이 이날 같은 평수로 6억 원에 나왔다"면서 "결국 실수요자만 피눈물 흘리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다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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