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24시간을 기준으로 빛과 어둠이 주기적으로 교차하고 있고 이런 환경에 적응해서 살고있는 사람들 역시 수면, 각성의 주기를 24시간에 맞춰서 생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면과 각성을 조율하는 사람의 생체시계는 하루 24시간을 조금 넘는 주기로 설정되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24시간에 맞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빛 때문이다.

빛은 물체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시각적인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역할 외에도 생체 시계 조절을 위한 비시각적인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은 눈을 통해 빛에 대한 비시각적인 정보를 얻어 시상하부(hypothalamus)에 위치한 시신경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 SCN)에 전달하는데 SCN은 호르몬 분비(멜라토닌, 코르티솔 등)와 체온 조절과 같이 매일 반복되는 생리적 기능을 조절하는 생체 시계(biological clock)이자 일주기 리듬을 조율하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 역할을 하게 된다.

빛의 영향을 받아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는 대표적으로 멜라토닌이 있는데 멜라토닌은 인체에 밤을 알리는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다. 멜라토닌 분비는 하루 종일 순환을 하는데 밤에(어두운 곳에서)는 혈중 농도가 높고 낮 동안에는 혈중 농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멜라토닌 수치를 측정하여 일주기 리듬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빛에 의해 수면 위상이 강한 영향을 받고 있는 사실은 하루 종일 인공 조명에 노출되어 생활하고 있는 현대인의 수면 건강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인공 조명은 필수품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인공 조명을 사용하면 자연광이 없을 때에도 가시성을 확보하여 안락함과 편안함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가 진 뒤에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되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인공 조명은 자연광과는 타이밍, 양, 기간에 있어서 다른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도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인공조명의 사용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조명이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들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여러 연구에서 인공 조명이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여 일주기 리듬을 혼란 시키고 수면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일정한 양 이상의 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고 순환하는 멜라토닌의 양이 감소하는데 이러한 억제 효과는 빛이 차단된 뒤에도 15분 가량 지속되며 이후에는 비교적 빠르게 멜라토닌의 농도가 회복이 된다. 때문에 빛에 노출되는 되는 시기가 수면 위상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늦은 시간에 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어 늦게 잠이 들게 되는 지연 수면 위상이 되며 이른 아침에 빛에 노출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전진 수면 위상이 된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오하욘 교수는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을 통해 밤의 밝기를 도시별로 비교 석하여 밤이 밝은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에서 어두운 곳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수면장애가 많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낮에는 빛을 쬐는 것이 수면에 도움을 주지만 밤에 밝은 빛에서 활동하는 것은 멜라토닌 억제를 통해 수면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홍승철 가톨릭 대학교 성 빈센트 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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