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삶의 패턴을 통째로 바꾸고 있다. 현재의 생활 방식을 바꾸는 것은 물론 과거 생활 방식으로의 회귀를 요구하는 것도 있고 미래를 앞당기게 하는 것도 있다. 자연스러운 것도 있고 강요되는 것도 있는데, 변화의 핵심은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이 아닐까 생각한다. 목격하거나 체감할 수 있는 비대면 확산은 다양하다. 두어 개의 예를 들면 전세계적으로 해외여행이 엄청나게 감소한 것인데 사라진 것에 가까울 정도이다. 그리고 대면을 당연시하는 공연예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런 예들은 소득 증가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한 서비스산업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나는데, 현장소진성이라는 서비스의 산업적 특징이 부정적으로 부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형이면서 실사로 보일 정도의 고화질 평면TV가 많이 보급되어 현지와 공연장보다 정제된 정보 해설과 더불어 연주자의 표정 몸짓 손의 움직임을 더 세밀하게 보고 느낄 수도 있다. 이런 프로그램으로도 여행지 역사가 담겨있는 식문화와 관객들의 열띤 호응과 일체감을 느끼기에 한계가 있어 우리는 더 큰 만족을 위해 현장에 간다. 생존에 필요한 필수재 성격의 교역은 물론이지만 최근 수십년 간 세계경제의 성장에 만족 추구를 위한 교역도 기여하였다고 할 수 있으며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이 이를 가속다양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 많은 기업들이 제품의 고급화 고가화에 집중하는 것은 효과적인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서이다. 대형자동차와 소형자동차를 비교하면 투입된 부품 단가의 차이에 비해 산출물 가격 차이가 현격한 것은 소비자의 대형자동차 성능과 안전성, 디자인 등에 대한 높은 선호도 때문이다. 같은 재질과 수준의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가방의 가격이 수십 수백배 차이가 나는 것도 각기 내재하고 있는 콘텐츠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재화의 고급화 고가화에는 과학기술 측면에서의 R&D 못지 않게 제품에 체화된 콘텐츠가 필요하다. 콘텐츠는 상상력이 필요하며, 상상력은 축적된 인문 지식과 기록이 요구된다. 기록되어야 누군가 어디에선가 상상을 더 빨리 실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에는 용기도 필요하지만 시쳇말로 덕질도 필요하다.

지난 16일 오후에 아이돌그룹 BTS가 방방콘 The Live라는 타이틀로 비대면 온라인 공연을 하였다. 전세계 75만명이 동시접속하여 시청하였는데, 신문보도에 의하면 100분 공연으로 얻은 티켓수익이 250억원에 달한다. 그리고 많은 TV방송국에서는 각종 음악공연을 실시할 때 시청자의 개별 모니터를 무대 주변에 설치해 시청자들이 공연자와 동시에 환호하는 프로그램으로 대면에 가까운 방송을 하고 있다. 최근 어느 대기업은 비대면으로 입사시험을 실시하였는데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기도 하였으며, 취업 현장에서는 온라인 비대면 면접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비대면의 확산은 경제는 물론 사회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는데,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R&D 확대와 인문 지식의 축적 그리고 젊은이들이 창조적 덕질에 과감하게 나설 수 있도록 사회정책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안토니오 그람시는 위기는 옛것이 죽어가고 있는데 새것이 태어나지 못하는 공백기에 발생한다고 하였다. 예상치 않았던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어려움에 처해있는데, 최근 일련의 비대면 확산과 관련된 우리의 다양한 시도가 사멸과 신생 과정에서 공백이 아닌 다리로 자리를 잡아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권태현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조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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