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아주아파트
올해 4월 안전진단에 들어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아주아파트’(주택 재건축 원천1구역)의 모습. 원천동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이 단지는 기존 230가구를 287가구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박다예기자
‘안전진단 규제 강화’,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폭탄에 재건축을 추진하는 경기 지역 아파트 단지들이 술렁거린다. 6·17 부동산 대책에 따라 안전진단을 앞둔 모든 재건축 단지들은 올해 말을 기점으로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고,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 실거주 의무를 다해야 하는 탓이다.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수원 지역 재건축 단지들은 애만 태우고 있다.



◇안전진단 강화로 재건축 의욕 꺾인 ‘원천주공’= 당장 울상인 재건축 단지가 있다. 1987년 준공된 1천320가구 규모의 원천주공아파트(영통3구역)다. 재건축 기대 심리에 활짝 핀 옆 동네 원천아주아파트와 달리, 재건축을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는 비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바로 강화된 안전진단 때문이다.

앞서 원천주공아파트는 지난 2016년 9월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을 받았다가 ‘C등급’이 나왔다. C등급은 유지·보수로 건물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재건축 대상이 아니다. 첫 안전진단을 받고 4년 뒤 재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재심사 기간이 도래한 원천주공아파트가 재건축 대상이 되려면 이번 심사를 반드시 통과해야 하지만,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인해 상황이 녹록지 않게 된 것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첫 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고 난 뒤 재심사를 추진해야 하는데 안전진단을 강화하는 부동산 대책으로 ‘재심사를 아예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집주인들 사이에서 나온다"며 "재건축은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안전진단 재심사는 집주인들의 자비로 진행한다는 것도 재건축 진척이 어렵게 되는 요인 중 하나다. 원천주공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안전진단 재심사를 추진할 입주민 모집공고를 냈지만, 나서서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안전진단까지 강화되면서 이 단지의 재건축 의욕은 완전히 꺾인 상태"라고 답답해 했다.



◇‘2년 거주 조건’에 주택임대사업자 불만 폭주=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부터 주택임대사업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원이 분양 신청 자격을 얻으려면 분양공고일 기준 거주 기간이 2년 이상 돼야 한다는 ‘실거주 요건’ 때문이다. 종전에는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토지등소유자에게 조합원 자격이 부여됐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연말 이번 대책에 따라 법이 개정된 이후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하는 단지의 경우, 실거주 요건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입주민 이주와 건물 철거 시기를 고려하면 최소한 준공일 기준 4년, 분양공고일 기준 2년 전부터 입주해야 한다.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권장한 2017년 정부 정책에 따라 물건을 장기임대(8년)로 등록한 업자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2년 거주를 위해 임차인을 내쫓고 입주하면 과태료 3천만 원을 내야 한다. 조건 미충족 시 감정평가에 따른 보상금을 받고 분양권을 박탈당한다.

장기임대사업자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되는 재건축 단지는 팔달구 우만동 우만주공1·2단지(우만1구역)다. 국토교통부 임대등록시스템 ‘렌트홈’에 따르면 우만주공1·2단지 1천484가구 가운데 등록 임대주택은 94가구에 이른다. 이 중 74.4%인 70가구가 장기임대 물량이다.

이 단지들은 2022년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는데 통상 분양 시점이 안전진단으로부터 10년 뒤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임대사업자는 2030년 전에 입주해야 하므로 등록한 임대주택 집주인 대다수는 거주 자유 박탈이 불가피한 셈이다.

파장삼익아파트(7가구)와 원천아주아파트(6가구) 장기임대의 경우, 집주인이 과태료와 분양권 박탈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적어도 2026년에는 입주해야 하는데 2019~2020년 임대사업등록자는 거주 조건을 채울 시간적 여유가 없다.



◇재건축 규제 사정권 수원 재건축 단지 15곳= 현재 수원 지역에서 추진되는 재건축 단지는 15곳이다. 이 가운데 8곳은 조합설립 인가를 마쳤다. 법 개정 이전 조합설립을 마쳤기 때문에 2년 실거주 조건은 해당하지 않고 초과이익환수제의 영향만 받는 곳이다. 특히 이달 23일 분양이 끝나는 장안구 연무동 ‘서광교파크스위첸’의 조합원 분담금 납입기일이 가장 빠르다. 파장대우연립아파트(76가구)는 2017년 5월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났지만, 시행사 변경으로 사업 진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팔달구 우만동 ‘우만금성아파트’(65가구)는 사업시행 인가를 얻었고, 나머지 5곳은 사업시행 인가를 앞두고 있다.

D등급 이하의 안전진단 등급을 받지 않은 단지는 6곳이다. 원천주공아파트, 파장삼익아파트, 원천아주아파트, 우만주공1·2단지아파트, 망포청와아파트, 세류미영아파트 등이다. 파장삼익아파트와 원천아주아파트는 올해 안전진단에 들어가 곧 결과가 나온다. 이후로 2022년 우만주공1·2단지아파트, 2024년 망포청와아파트, 2026년 세류미영아파트 등 순차적으로 안전진단 발주가 들어간다. 이 밖에 155가구의 소규모 재건축 단지인 율전장미아파트가 2017년 1월 안전진단을 마치고 재건축추진위 구성을 기다리고 있다.


박다예·전원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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