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바꿔놓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다. 14세기 중세 유럽의 봉건제도를 무너뜨린 흑사병, 17세기 대항해 시대를 연 천연두, 1차 세계대전에 평화를 가져온 독감처럼 문명사회 전환의 기점이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사회 전반에 걸쳐 낯선 것이 기준이 되는 ‘뉴노멀’이 점차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다. 또 직장과 학교에서도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 등 접촉을 최소화 하는 디지털 비대면 시스템이 시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비와 관광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몰리는 대형 쇼핑몰이나 유명 관광지가 아닌 생활권내의 동네가게나 주변 관광지가 점차 부각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용인시가 지난해 선정한 ‘용인8경’은 뉴노멀시대 트렌드와 부합한다. 멀리 찾아갈 필요 없이 삶의터전에서 명소를 즐기며 내 지역의 소중함을 되새겨 볼 수도 있다.
 

 

용인8경은 지역의 아름다운 곳을 활성화해 지역 명소로 보존하고, 생태관광자원 개발을 통한 관광수요를 창출키 위해 시가 지난해 지정했다.

크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곳과 체험을 곁들인 곳으로 나뉜다.

자연의 풍경을 누리는 게 중심인 곳은 1경 석성산 일출, 2경 광교산 사계, 6경 조비산 관망, 7경 가시벚꽃, 8경 어비낙조다.

석성산 일출. 사진=용인시청
석성산 일출. 사진=용인시청

먼저 용인8경의 서두를 장식하는 것은 석성산 일출이다.

해발 471.4m에 자리하고 있는 석성산은 용인 처인구 유림동과 포곡읍 마성리, 기흥구 동백동 일원에 걸쳐 있다. 특히 발 밑에서 펼쳐지는 육중한 봉우리들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뤄 새해 첫 날 해맞이 장소로도 유명하다. 또 4계절 내내 아름답고 친근한 느낌의 일출을 감상할 수 있으며 한쪽으로는 서해바다로 이어지고, 다른 한 쪽으로는 관악산과 도봉산까지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펼쳐서 조망이 뛰어나다. 해가 긴 날 저녁 무렵에는 이동면 어비리 저수지를 붉은 빛으로 물들이는 석양을 볼 수 있다. 인근에 동백호수공원, 동춘175, 장욱진 가옥, 효종당, 상산교 등이 위치하며 용인시박물관과 할미산성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광교산 사계. 사진=용인시청
광교산 사계. 사진=용인시청

광교산 사계는 수지구 성복동과 신봉동, 고기동, 동천동 일원과 수원시·의왕시 일부에 걸쳐 있다.

주봉인 시루봉(582m)과 형제봉(448m)이 용인에 위치하며 정상에서 수지구 일대를 비롯한 인접 도시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설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데다 수목이 울창해 여름에도 햇빛을 보지 않고 산행과 산림욕을 할 수 있다. 광교산 등산객들은 물맛이 좋기로 유명한 성복동 소재 천년약수를 많이 애용하기도 한다. 뮤지엄그라운드, 동천자연식물원, 심곡서원, 손골성지, 수지생태공원 등이 인근에 위치하며 서봉사지 현오국사탑비, 조선의 개혁가 조광조 묘, 고려말~조선초 무신 이종무 장군 묘 등의 유적지도 가깝다.

조비산 관망. 사진=용인시청
조비산 관망. 사진=용인시청

조비산 관망은 말 그대로 조비산에서 내려다보는 일품 풍경을 의미한다. 조비산(鳥飛山)은 새가 나는 형상을 뜻하며 넓은 들녘 가운데 봉우리 하나가 우뚝 솟아 돌을 이고 있는 듯하다. 해발 294.5m로 백암면 용천리, 석천리, 장평리에 접해 있다. 산이 가파르지만 그리 높지 않고, 정상부가 한쪽으로 기운 듯하며 늦가을 사방이 확 트인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황금 들녘은 용인 최고의 전원 풍경이다. 예로부터 다른 산들과는 달리 머리를 남쪽으로 두고 있다 해 ‘역적산’이라고도 불린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주변 관광지로는 용인대장금파크, 곤충테마파크, 청계목장, 한택식물원, 한우랜드 등이 있으며 청계목장(9㎞)을 제외하고 대부분 5㎞이내에 위치한다.

가시벚꽃. 사진=용인시청
가시벚꽃. 사진=용인시청

가시벚꽃은 유명 테마파크인 에버랜드가 있는 포곡읍 가실리 호암미술관 일원에 펼쳐진다. 이 곳에선 봄철마다 벚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특히 향수산 물줄기가 이어진 호암저수지 주변은 용인에서 최고의 벚꽃나무 군락지기도 하다. 호암미술관 입구 왕벚꽃나무 터널과 함께 호수 주변의 환상적인 벚꽃나무 숲을 보고 있노라면 황홀경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미술관 옆, 한국 정원의 진수를 보여주는 희원(熙園)과 함께 봄철이면 벚꽃 나들이의 대표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호암미술관, 플라이스테이션, 백련사, 에버랜드, 케리비안베이 등과도 가깝다.

어비낙조. 사진=용인시청
어비낙조. 사진=용인시청

용인8경의 으뜸으로 꼽히는 어비낙조는 이동읍 송전저수지에서 해질 녘에 볼 수 있는 노을 풍경이다.

저수지 수면과 황금 들판을 동시에 붉게 적시는 낙조의 황홀함이 일품이다. 일교차가 큰 계절엔 저수지 주변에 즐비한 버드나무 사이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도 몽상적이다. 지도상에는 이동저수지라고도 표기돼 있으며 수몰된 마을 어비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 어비리 저수지라고도 불리고 있어 ‘어비낙조’가 유래됐다. 주변 관광지로는 동도사, 송담고택, 용덕사, 처인성, 석포숲 등이, 유적지로는 이한응 열사 묘가 있다.
 

기흥호수공원. 사진=용인시청
기흥호수공원. 사진=용인시청

다양한 체험 중심의 용인8경은 3경 기흥호수공원, 4경 용인농촌테마크와 연꽃단지, 5경 용인자연휴양림 등이다.

기흥호수공원은 기흥구 하갈동과 공세동, 고매동 일원에 위치한다. 당초 농업용수를 공급하던 저수지였으나 현재는 시민들의 새로운 휴식처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10여㎞에 이르는 호수공원 둘레길을 걷다보면 시간과 방향, 계절에 따라 다양한 풍광이 연출된다. 또 조정경기장에서 바라보는 넓은 풍경, 수분 방향과 반대편에서 보는 이국적인 풍경도 모두 매력적이다. 밤에는 저수지 위에 조성된 산책로 조명이 환상적이다. 경기도박물관과 경기도어린이박물관, 한국민속촌 등이 5㎞ 이내에 위치하며 오가는 길에 이영미술관과 백남준아트센터도 들러볼 수 있다.

용인농촌테마파크. 사진=용인시청
용인농촌테마파크. 사진=용인시청

용인농촌테마파크는 도시민에게는 농촌의 추억과 향기를, 아이들에게는 농촌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용인시민은 누구나 무료입장과 시설 이용이 가능하며 원두막과 들꽃 광장, 꽃과 바람의 정원 등이 인기다. 특히 초입에 있는 연꽃단지에는 연과 수련 등 다양한 수생식물이 재배되고 있는데 가족 단위 관광객과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용인의 대표 연꽃단지다. 인근에 있는 법륜사와 와우정사를 찾아 다양한 문화체험도 할 수 있고, 김대건 신부의 발자취와 핍박과 고초의 역사를 간직한 은이성지, 고초골공소와도 가깝다. 대아농원, 농도원목장, 백암도예, 쭝이랑 따기체험 등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시설도 인근에 위치한다.

용인자연휴양림. 사진=용인시청
용인자연휴양림. 사진=용인시청

2009년 9월 개장 이후 연간 20만명 이상이 찾는 용인자연휴양림도 용인8경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울창한 숲속에서 사색의 여유를 느낄 수 잇는 체류형 휴식처로 모현읍 초부리 정광산 자락에 위치한 휴양림으로 자연 공간을 이용해 조성했다. 또 수려한 자연환경 속에서 등산과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레포츠 공간도 마련돼 있다.특히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숙박시설과 유아부터 청소년까지 모든 연령층을 고려한 놀이시설이 배치돼 있다. 주변에 충렬서원과 정몽주 묘 등의 유적지가 있으며 목재문화체험장, 용인짚라인, 스카이패러글라이딩 등도 인근에서 즐길 수 있다.

안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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