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창업 유은정 한젠바이오 대표
유은정 한젠바이오 대표가 배양 중인 종균을 들어 보이고 있다. 명종원기자

"실패하더라도 돈보다 더욱 중요한 것을 좇고 싶었어요."

29살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10년간 약사의 길을 걷다가 40대 들어 미생물에 푹 빠졌다는 유은정(48·여) ‘한젠바이오’ 대표의 말이다. 그는 2017년 8월 성남 분당구에서 건강보조식품 제조업체 한젠바이오를 설립, 바이오 산업에 뛰어들었다. 이듬해 초 현 용인테크노밸리(용인 기흥구)로 본사를 옮기면서 몸집을 키웠다. 사업 초기에는 작은 사무실 1곳과 직원이 1명이 전부였지만, 현재는 임직원 12명에 사무실, 생산공간, 마케팅공간 등을 합쳐 모두 4개의 사무실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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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젠바이오가 배양 중인 종균. 명종원기자

◇코로나 특수…올 1분기 실적 지난해보다 많아= 한젠바이오 주력 상품은 항암·항염증 등 면역력을 높여주는 제품(16종)이다. 이들 제품은 건강보조식품으로 그 효능을 한국분석시험연구원(KATR)으로부터 인증, 암환자요양병원과 산부인과 등 30여 곳에 공급된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증가해 매출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설립 첫해 매출 1천만 원으로 시작해 2018년 2억 원, 2019년 4억5천만 원, 올해 1~3월 5억1천만 원으로 끌어올렸다.

2001년 대학 졸업 뒤 약국에 취업해 5년 가까이 일을 하던 유 대표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 약국을 차렸다. 작은 약국이었지만 유동인구가 많아 연매출이 20억 원 이상 나올 만큼 장사가 잘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약국 사업은 비교적 쉽게 안정을 찾았지만, 4년 동안 운영하다 보니 금방 싫증이 났다"면서 "돈보다 더욱 의미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고 돌이켰다. 그때 첫아이가 찾아왔다. 그의 나이 34살이었다. 유 대표는 ‘이참에 다른 일을 해 보자’란 생각으로 다년간 운영하던 약국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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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기흥구 소재 한젠바이오 연구실에 종균 배양기 12대가 가동 중이다. 명종원기자

◇"건강한 제품 생산으로 해외시장 개척할 것"= 약국을 정리한 뒤에는 집에서 미생물연구소에서 일하는 남편의 논문을 보고 연구를 도왔다. 종균(미생물) 배양법과 종균으로부터 대사산물(종균이 곡물 등을 먹고 토해낸 성분)을 얻는 방법을 터득한 것도 본격적인 미생물 공부를 시작하면서다. 그가 바이오식품 사업을 결심한 것도 그 무렵이다.

유 대표는 "한젠바이오는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다"면서 "실패해도 좋으니 보다 가치있는 ‘건강’을 연구하며 살자는 믿음으로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한 살배기 아이에게 직접 배양한 종균을 먹일 수 있었던 까닭이다.

한젠바이오는 본사 인근 약 3천㎡ 땅에 제품의 원료인 칡, 단삼, 비타민나무열매 등을 직접 재배한다. 약초재배부터 가공, 생산 등 모든 과정이 한젠바이오에서 이뤄지므로 더욱 믿을 수 있다는 게 유 대표의 자랑이다.

한젠바이오 직원들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스트레스 등으로 건강이 약해진 사람들을 위한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또 오는 8월이면 한젠바이오가 농촌진흥청과 함께 진행한 항 바이러스 등 실험 결과가 나온다.

유 대표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대로 검증된 건강보조식품을 중국, 미국 등 해외로 수출할 계획"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명종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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