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택시 3만7천대 vs 1천400대… 카카오T 앱사용자 2천500만명
일반택시기사들 콜 몰아주기 주장, 카카오 "AI 배차… 인위적 불가능"

카카오T 서비스로 상생의 길을 걷는 듯하던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가 또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모양새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자회사 KM솔루션과 함께 지역 택시가맹회사와 ‘카카오T블루’ 계약을 맺은 뒤, 택시업계 일각서 카카오T블루에 콜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28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카카오T블루’란 카카오모빌리티와 계약을 맺은 가맹택시에 AI기반 배차 시스템과 응대 교육 등을 제공해 서비스의 품질을 높였다는 카카오의 브랜디드 택시다.

현재 경기도엔 성남, 용인, 안양 등 11개 도시에서 1천400대가 넘는 ‘카카오T블루’가 운행 중이다.

이에 택시업계 일각에선 "카카오가 제 발톱을 또 한 번 드러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카오 카풀 사태’가 마무리되며 일단락된 줄 알았던 ‘택시업계-카카오간 전쟁’이 또다시 발발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카카오T 서비스가 택시 업계 점유율 80%에 육박하는 등 사실상 택시 업계의 단일 주자로 자리매김하자 카카오가 택시 기사들의 이익 보다 제 밥그릇 챙기기에 나섰다는 게 일선 택시 기사들의 평가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AI 배차 시스템에 가중치가 있을 수 있으나, 몇 가지 사례를 가지고 (콜을 몰아준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건 다소 억울한 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택시업계 일각서 카카오T블루에 콜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사진은 28일 오후 광명시의 한 거리에서 운행중인 카카오T 택시의 모습. 김영운기자
택시업계 일각서 카카오T블루에 콜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사진은 28일 오후 광명시의 한 거리에서 운행중인 카카오T 택시의 모습. 김영운기자

◇공룡회사가 기사들의 목을 죄어온다? …근거 제시는 어려워 = 도내 11개 도시에서 운행 중인 카카오T블루는 1천400여 대로, 도내 전체 택시가 3만7천617대임을 고려하면 약 4%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카카오T블루를 택시시장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로 보기에는 이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택시 업계는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가 계약 가맹택시에 ‘표를 몰아준다’는 의혹이 연일 불거지고 있는 데다 카카오T 서비스 앱 사용자만 약 2천500만 명에 이르는 등 택시 시장 점유율의 80%에 육박하는 카카오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택시 시장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이런 현상이 구체화 되더라도 일선 택시 기사들은 카카오 카풀 사태처럼 카카오에 반기를 들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의 경우 한 달 매출의 20%를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어 앞으로 콜 배차 편차가 더욱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일반택시가 카카오T 서비스를 통해 콜을 받을 경우 카카오측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없다.


◇"콜을 몰아주는 것 같아요."…연일 의혹 제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전모(68)씨는 "(카카오T서비스를 보면) 카카오T블루 호출버튼은 가장 상단에, 눈에 잘 띄는 색으로 배치했어요. 일반택시랑 가격도 똑같은데, 누가 굳이 일반택시를 타겠어요"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줄었던 콜(호출) 수가 카카오T블루가 성남서 운행을 시작하면서부턴 바닥을 찍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 이모(63)씨는 최근 콜을 몰아주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이씨는 "도로 건너편에서 손님이 분명 카카오 앱으로 택시를 잡는 것 같은데, 나한텐 콜이 안 뜨더니 한참 뒤에 카카오T블루가 와서 태우더라고요. 황당했다"고 말했다.

카카오T블루 기사들도 이같은 의혹 제기가 일정 부분 이해된다는 분위기다. 안양의 한 택시 정류장에서 만난 카카오T블루 기사 구모(63)씨는 최근 카카오T블루 기사가 됐다. 구씨에 따르면 구씨가 근무하는 법인택시회사는 지난 12일 카카오T블루 계약을 맺어 원하는 기사들만 카카오T블루를 운행하도록 했는데, 며칠 만에 사내 모든 택시기사가 카카오T블루를 운행하겠다고 나섰다. 당초 일반택시 운행을 원했던 구씨도 블루택시 매출이 2배이상 차이가 나는 걸 보자 카카오T블루 운행을 결정했다. 구씨는 "직접 블루를 운행해보니, (‘콜을 몰아준다’는 말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수수료 때문이라도 가맹택시를 우선으로 (콜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근거 없는 의혹" =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런 의혹 제기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가중치가 존재하긴하지만 기사 평가, 교통상황 등을 고려하는 AI 기반의 배차 시스템으로, 인위적인 콜 배정이 불가능하다. 코로나19로 전체적인 콜이 줄다 보니 나온 안타까운 오해 같다"고 해명했다. 또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가맹회사에 콜이 우선배정된다는 주장에 대해선 "수수료는 가맹 기사들에게 서비스 교육 및 전산·운영 시스템에 대한 비용일 뿐"이라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가맹여부와 관계없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매칭코자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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