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가맹업체가 '본사 중개자' 소문… 지역가맹본부 완장 눈치싸움 시작
카카오 "단순 가맹계약 따로 만나"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공고히 진입장벽을 쌓아 영업하던 수원시 법인택시업계가 카카오의 거센 공세에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지역 곳곳에 카카오T블루’ 가맹업체를 늘리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원시에도 손을 뻗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도내 11곳의 법인택시회사 대부분은 카카오모빌리티와 가맹계약을 맺어, 이미 도내엔 지역을 넘나들며 영업하는 카카오T블루가 1천400대에 달한다.

그러나 1일 경기도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경기도의 수도’라 일컬어지는 수원시엔 카카오 가맹업체가 단 한 군데도 없다.

시내 27개 법인택시업체들이 카카오모빌리티와 가맹계약은 시도조차 하지 않기로 ‘결의’를 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보 취재 결과 일부 수원법인택시업체들이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와 따로 만남을 갖는 등 단단했던 수원시법인택시업계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가맹계약을 원하는 업체에 저희가 직접 찾아가 (가맹계약에 대해) 설명해 드리는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수원시 법인택시업계가 카카오모빌리티와 가맹계약은 않기로 결의 했지만 카카오의 거센 공세에 무너질 위기에 처한 가운데 1일 오후 수원역 앞 택시승강장에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노민규기자
수원시 법인택시업계가 카카오모빌리티와 가맹계약은 않기로 결의 했지만 카카오의 거센 공세에 무너질 위기에 처한 가운데 1일 오후 수원역 앞 택시승강장에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노민규기자

◇‘카카오는 배제하자’…깨져버린 약속들 = 현재 카카오T블루를 운행하고 있는 지역에서도 과거 법인택시업계가 뭉쳐 가맹계약에 대해 반발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과다한 수수료·강제 배차에 대한 기사들의 불만·긴 계약 기간 등의 이유였다. 하지만 이 지역들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카카오와 계약을 맺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균열이 생기고 있는 수원시 법인택시업체들도 언제까지 해당 ‘결의’를 지켜낼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실제로 지난 12일 카카오T블루를 도입했다는 안양시의 한 가맹업체 관계자는 "매출이 너무 떨어져 현장 조사를 나가보니 서울·성남 등 타지역 카카오T블루가 안양에서 버젓이 운행하고 있었다"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카카오와) 가맹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안양시까지 넘어와 얌체 영업하는 타지역 카카오T블루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쳐 매출이 급락하자 고민 끝에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다. 타지역 카카오T블루에 대항할 방법이 모순적이게도 ‘카카오T블루’였던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카카오가 지역 가맹계약으로 더 몸집을 불리게 되면 택시 시장을 독점 지배할 것이라는 우려로 안양시 법인택시업체 19곳은 당초부터 카카오와의 가맹 계약을 반대했지만 결국 한 곳을 제외한 18곳은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물 밑 작업’, 우리만 하는 거 아니에요" = ‘결의’로 똘똘 뭉친 수원시 법인택시업체들도 조금씩 내부에서 파열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수원시 내 일부 법인택시업체들이 이미 카카오와 가맹계약에 대한 논의를 몇 번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공식적인’가맹 가입(계약) 요청이 있어 카카오 측과 접촉했다는 A업체의 관계자는 "현재는 내부적인 갈등으로 카카오T블루 가맹 계약이 잠정 중단됐지만, 계속 카카오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왜 궁금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만 그런 게 아니고 다른 업체들도 물 밑 작업에 들어가서 (카카오와) 계약 조건 조정 중인 것으로 안다"고 날을 세웠다. 경기도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법인택시업계에선 카카오가 지역 내 처음으로 가맹계약을 맺은 업체를 지역가맹본부로 정한 뒤 사실상 ‘본사와의 중개자’ 역할을 맡긴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결의로 똘똘 뭉친 수원법인택시업체들이 지역가맹본부라는 사실상 ‘카카오의 완장’을 차기 위한 눈치싸움을 시작한 셈이다.


◇영업기밀 지킨 것일 뿐, 모두 오해 = 택시업계서 ‘물 밑 작업’, ‘지역가맹본부’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데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특정 의도를 가지고 비밀리에 진행하는 사안이 아니다"며 "운영 시스템 등 회사마다 영업 스타일이 달라 개별적인 설명이 필요할 뿐더러 회사들을 한데 모아놓고 각 회사의 영업기밀을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가맹계약을 원하고 있는 업체들을 따로 만나 논의,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가맹업체를 지역가맹본부라고 정해 ‘완장’을 준다는 소문에 대해선 "지역가맹본부가 마케팅, 프로모션 등 본사와의 소통 채널이긴하나, 단순히 첫 가맹업체라고 정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에는 KM솔루션, 대구에는 디지티모빌리티, 성남엔 SNT솔루션 등 (인수한) 지역 사업자가 따로 있다"고 해명했다.

김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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