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밤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그래서일까. 여행지에서 하룻밤 머물면 묘미는 배가 된다. 야경까지 좋다면 금상첨화다.
전국 곳곳 야행 명소 4곳을 소개한다.

7월에는 피는 홍련
7월에는 피는 홍련. 사진=한국관광공사
달과 어우러진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
달과 어우러진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 사진=한국관광공사
야경이 빛나는 연못과 포룡정
야경이 빛나는 부여의 포룡정과 연못. 사진=한국관광공사

▶백제 시대로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야경 여행, 부여 궁남지와 정림사지

부여 궁남지와 정림사지에는 백제의 세련미와 애잔함이 가득하다. 부여 궁남지(사적 135호)는 백제 왕실의 별궁 연못이다. 궁남지에 들어서면 수많은 백련과 홍련 등이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이 곳 습지를 지나면 둥그런 연못이 나온다. 연못 가운데 작은 섬에 포룡정이 자리한다. 작은 다리를 건너 섬 안으로 가다 보면 연못에서 잉어들이 다가온다. 먹이를 달라고 뻐금뻐금 재촉하는 모습이 귀엽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포룡정에 앉아 연못을 구경하는 맛이 평화롭다. 연못에서 분수가 하늘 높이 솟구친다.

습지를 산책하며 느긋하게 저물 무렵을 기다리면 좋다. 해가 저물 즈음이면, 부여 정림사지(사적 301호)로 이동한다. 정림사지 야간 관람 시간은 오후 6~10시다. 궁남지에서 걸어가면 10분 남짓, 차를 타면 5분 거리다.

마당 한가운데 조명을 받은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 9호)이 빛을 뿜는다. 단아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에서 도도한 기품이 느껴진다. 석탑은 멸망한 백제의 애절한 사연을 담고 1천여년 세월을 살았다. 가까이 다가서자 높이 8.8m 석탑은 생각보다 크고 높다. 석탑 아래서 하늘을 우러르자 허공에 뜬 보름달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석탑이 광활한 우주와 교감을 나누는 것처럼 신비롭다.

인근에는 일몰 때 찾기 좋은 부여 가림성이 있다. 일출과 일몰 풍경이 일품이지만, 일몰 때가 더욱 좋다. 주차장에서 10분쯤 걸으면 사랑나무 앞에 닿는다. 시나브로 해가 저물면 사랑나무 앞에서 젊은 친구 여럿이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하나둘 보인다.
 

'야경관광 100선'에 선정된 월영교
‘야경관광 100선’에 선정된 안동 월영교. 사진=한국관광공사
월영정 밤 풍경
안동 월영정 밤 풍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은은한 야경과 시원한 분수가 월영교 야행의 재미를 더한다
은은한 야경과 시원한 분수는 안동 월영교 야행의 재미를 더한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열대야 날려줄 달빛 야행, 안동 월영교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도시’ 안동. 뜨거운 햇볕이 가시고 시원한 달빛이 찾아드는 여름밤, 안동은 빛난다. 달이 비치는 월영교의 은은한 야경은 안동을 수놓는다. 월영교는 올해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야간 관광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안동 대표 관광 명소인 월영교는 길이 387m, 너비 3.6m 목책 인도교다. 월영교는 안동호를 가로지르며 월영공원이 위치한 상아동과 안동민속촌이 들어선 성곡동을 잇는다. 물길로 나뉜 두 동네를 연결할 뿐만 아니라, 다리 자체가 명소다. 미투리를 형상화한 다리 모양이 특별하고, 가운데 자리한 월영정이 운치있다.

어둠이 내리고 월영교에 조명이 들어오면 풍경은 사뭇 달라진다. 붉은빛과 보랏빛으로 물든 월영교는 몽환적인 느낌을 발산한다. 어둠이 집어삼킨 산과 호수 대신 조명이 비추는 호반 산책로와 언덕 위 선성현객사(경북유형문화재 29호)가 근사한 배경이 된다.

월영교 야경은 밖에서 봐도, 안에서 봐도 근사하다. 다리 내부에 조명이 들어와 밖에서 보는 풍경과 분위기가 다르다. 포근한 조명과 시원한 강바람이 여름밤 산책의 즐거움을 더한다. 다리에서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 오후 8시 30분, 야경의 아름다움과 시원함이 극에 달한다. 월영교 분수는 10월 말까지 주말에 하루 3회(오후 12시 30분, 6시 30분, 8시 30분) 각 20분간 가동한다.

월영교 양쪽으로 경관 조명 시설을 갖춘 산책로도 마련돼있다. 은은한 조명을 받고 걸으며 아기자기한 설치물을 감상할 수 있다. 월영교에서 안동민속촌으로 가는 길에는 알록달록 유등이 반긴다.
 

초량 이바구길의 명물인 168계단과 모노레일
부산 초량 이바구길의 명물인 168계단과 모노레일. 사진=한국관광공사
송도구름산책로 야경
부산 송도구름산책로 야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송도해상케이블카 야경
부산 송도해상케이블카 야경. 사진=한국관광공사

▶화려함과 짜릿함이 가득! 버라이어티한 부산의 밤

부산의 밤바다라고 하면 해운대를 떠올린다. 그러나 송도해수욕장만큼 밤이 즐거운 곳도 없다. 화려한 야경과 더불어 바다 위를 걷는 송도구름산책로, 밤바다를 가로지르는 송도해상케이블카 등 늦은 밤에도 즐길 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송도구름산책로는 2015년에 건립된 해상 보도교다. 해변 동쪽에 자리한 거북섬을 가운데 두고 다리가 양쪽으로 이어지며, 한쪽은 바다로 뻗어 정박한 배와 남항대교의 유려한 전망이 펼쳐진다. 길이 365m에 이르는 산책로 데크는 중간에 바닥이 강화유리와 격자무늬 철제로 된 구간이 있어 출렁이는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밤이면 다리에 조명이 들어와 주변 야경과 근사하게 어우러지고, 거북섬에 마련된 전시와 조형물을 관람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송도구름산책로 위에는 송도해상케이블카가 오색 불빛을 반짝이며 밤하늘을 수놓는다. 송도해상케이블카는 최고 높이 86m에 달해 케이블카에서 해수욕장이 한눈에 담기고, 바다 건너편 영도와 남항대교, 바다에 점점이 흩어진 선박까지 최고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부산의 여름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부산의 대표 도보 여행 코스인 초량이바구길도 밤에 색다른 재미가 있다. 언덕이 많은 초량이바구길에서는 168계단이 있다. 경사가 심한 언덕에 놓인 계단이 가로등 불빛 때문인지 더 까마득해 보인다. 굴곡진 역사를 살아온 이들의 애환이 좁고 가파른 계단에 칸칸이 쌓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있으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묘한 기분이 들 것이다.
 

지역민들이 배우로 참여하는 사의재 마당극
지역민들이 배우로 참여하는 사의재 마당극. 사진=한국관광공사
사의재_배우와 관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사의재 마당극
배우와 관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사의재 마당극. 사진=한국관광공사
세계모란공원_강진 출신의 시인 영랑 김윤식
강진 출신 시인 영랑 김윤식의 대표작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모티브로 꾸민 세계모란공원. 사진=한국관광공사

▶한여름 밤의 피크닉, 강진 나이트드림

강진에 가면 한여름 밤의 꿈처럼 로맨틱한 여행, ‘나이트드림’이 있다. 나이트드림은 강진을 대표하는 야간 관광 프로그램이다. 낮과 다른 매력을 뽐내는 강진의 인기 여행지를 둘러보고, 지역민이 참여하는 공연도 즐길 수 있다. 나이트드림은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10월까지 운영한다. 올해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총 5회 진행 예정이다.

나이트드림 참가자는 오후 7시 10분부터 사의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마당극을 관람할 수 있다.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 와서 처음 묵었다는 사의재는 ‘생각과 용모, 언어, 행동을 바르게 하는 이가 거처하는 집’이란 뜻이다. 공연도 흥미롭다. 귀양 온 선비를 살갑게 챙긴 주모와 딸 등 다양한 등장인물이 모두 지역민이다. 생업에 종사하는 틈틈이 연습한 터라, 연기가 조금 부족하고 실수가 있어도 친근하고 흥겹다. 배우와 관객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신명 나는 춤판을 벌인다.

이외에도 세계 각국 화려한 모란이 가득한 ‘세계모란공원’도 둘러볼 수 있다. 강진 영랑 생가(국가민속문화재 252호) 뒤쪽에 조성된 공원은 강진 출신 시인 영랑 김윤식의 대표작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모티프로 꾸몄다. 거대한 유리온실에는 세계 각국의 화려한 모란이 가득하고, 산책로에도 계절마다 갖가지 꽃이 피고 진다. 요즘은 모란 못지않게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작약이 한창이다.

공원을 걷다 보면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는다. 마침내 오색 조명이 켜지면 삼삼오오 돗자리에 모여 앉아 본격적인 한여름 밤의 피크닉이 시작된다. 강진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야외 공연도 진행된다. 낭만적인 시 한 편, 노래 한 곡에 멀리 읍내의 따스한 밤 풍경이 스민다.

이시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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