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엔 학자금 대출 받아야 해."

당시 3년 내내 전액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던 친구가 장학금을 놓친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낮엔 카페에서, 야간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였다.

그 날 새벽 그 친구는 술에 잔뜩 취한 채 내게 전화해 한참 동안 푸념했다.

집 안 사정 때문에 400만 원이라는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마음이 무거웠다.

사회가 청년들에게 너무 많은 돈을 빼앗는다는 걸 느낀 날이었다.

교육부의 ‘학자금 대출액 통계’만 봐도 현실이 체감된다.

‘2017년 1만7천437억 원, 2018년 1만8천77억 원, 2019년 1만8천332억 원’.

대출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수많은 청년이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등록금을 내기 위해 최소 몇백만 원의 빚을 진 셈이다.

최근 대학생들이 등록금을 반환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로 대학들이 지난 1학기 대부분을 비대면 강의로 진행해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대학을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학생들의 요구 사항을 들어보면 반환해달라는 금액은 등록금의 약 15%에 불과하다.

어떤 청년들에겐 몇 십만 원이 당장 필요할 수 있다는 거다.

대학교육연구소에서 공개한 2020년 2월 말 기준 대학누적적립금 100억 원 이상 대학 명단을 보면 누적적립금이 1천억 원이 넘는 대학은 20개교에 달한다.

이처럼 청년들이 낸 등록금으로 배부른 대학들이 등록금 반환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빈익빈부익부’

청년들은 오늘도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허리끈을 더 조른다.

도대체 언제쯤에야 청년이 배부른 사회가 올 수 있을까.

 

김희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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