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 3일 본회의를 열고 35조1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가결했다.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에 돌입한 지 닷새 만에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이번 추경은 ‘반쪽 추경’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더불어민주당과 ‘법사위 대전’을 치른 미래통합당이 예산안 검증을 위한 모든 상임위 활동에 불참하면서다.

하지만, 통합당은 6일 시작되는 7월 임시국회부터는 원내로 복귀해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상임위 배정안도 제출할 예정이다. 장기화 된 의사일정 보이콧이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5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21대 국회 개원 이후 7월 임시국회에서 처음으로 맞붙는 여야가 ‘공수처 설치’, ‘국정조사 추진, ‘인사청문회’를 둘러싸고 대전(大戰)을 펼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추경안 상정하는 박병석 국회의장<YONHAP NO-6039>
박병석 국회의장이 3일 오후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상정하고 있다. 사진=연합.

◇추경예산 6일부터 풀린다…"3개월 내 75% 집행"

국회는 지난 3일 ‘제379회 임시회 제7차 본회의’를 열고, 정부가 제출한 원안인 35조3천억 원보다 2천억 원이 줄어든 추경안을 처리했다.

이번 추경에는 고용 유지 지원금과 청년 주거·일자리 지원 기금,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예산, 등록금 반환에 대한 간접지원인 비대면 교육지원 기금 등의 예산이 원안보다 1조 3억 원 늘었다.

아울러 희망일자리사업과 고용창출장려금 등은 추경 처리가 늦어지면서 사업기간이 조정 돼 예산이 줄었으며,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 등도 축소 돼 모두 1조5천억 원이 감액됐다.

정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3차 추경 배정계획안과 예산 공고안 등을 의결했다. 정부는 경기 대응을 위해서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앞으로 3개월 안에 추경 예산의 4분의 3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번 추경은 ‘역대급’ 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추경(28조4천억 원)을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이기 때문이다. 한해 3차례 추경 편성도 1972년 이후 48년 만의 일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추경은 통합당이 상임위원장 선출에 반발해 국회를 보이콧하고, 국민의당은 불참, 정의당은 추경 심사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기권표를 행사하면서 반대함에 따라 ‘민주당 단독 추경’이란 오점을 남기게 됐다. 범여권에서는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취약계층 교육예산 삭감’에 반발, 반대표를 던졌다.

 

 

최고위서 발언하는 김태년 원내대표<YONHAP NO-3516>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민주 "엄중한 국민명령" VS 통합 "의회폭거 졸속"

3차 추경을 사이에 두고 여야 갈등을 극에 달했다. 민주당은 추경 처리 전후로 "엄중한 국민명령을 외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김태년 원내대표(성남수정)는 추경처리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3차 추경안이 3개월 이내 집행되어야만 1·2차 추경에 이은 연속적인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면서 "추경이 하루속히 현장에서 집행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강훈석 수석대변인도 3일 통합당 불참 속 3차 추경안을 통과시킨데 대해 "국민의 엄중한 명령에 답을 드려야 한다는 절박함을 갖고, 추경 심사와 통과에 당의 명운(命運)을 걸었다"면서 "국민이 주신 숙제를 묵묵히 해결했다"고 자평했다.

반면, 통합당은 상임위에서 추경심사를 시작한 지 닷새만에 추경이 처리되자 "역대 최악의 졸속 추경이 이뤄졌다"고 직격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왜 코로나 대응 예산에 편성됐는지도 모를 엉뚱한 사업들로 가득 찬 35조 원 규모의 예산을 졸속 날림으로 통과시켰다"고 꼬집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언급, "3년간 매년 편성된 추경 가운데 집행 못한 예산이 1조 6천억이 넘는다"고 지적했고, 배준영 대변인(인천중·강화·옹진)은 "(3차 추경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코로나 대응책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 등의 항목이 수두룩했다"고 비판했다.

 

 

 

 

 

국정조사·상임위 등 발언하는 주호영<YONHAP NO-2373>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현안 간담회에서 국정조사 추진, 인사청문·상임위 보임계 제출 등 국회 복귀 구상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사진=연합.


◇통합당 복귀 7월국회, ‘공수처·국조·청문’ 대전 예고

통합당 복귀 속 6일부터 열리는 7월 임시국회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국정조사,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극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뇌관은 오는 15일로 법정 출범 시한이 명시된 공수처 출범이다.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을 위해 필요한 후속 입법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여당 몫인 2명의 공수처장 추전위원 물색에도 돌입했다.

다만, 7명의 추천위원 중 6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대통령에게 2명의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만큼 통합당이 야당 몫인 2명의 추천위원을 추천해야하지만, 통합당은 공수처법 자체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박지원 국정원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내정자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연임 평가를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도 진행될 예정이다. 정치권 안팎으로는 갈등이 격해진 여야가 청문회를 혈전의 장으로 만들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통합당 발(發) ‘대북정책’, ‘윤미향 사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추미애-윤석열 갈등의 핵(核)인 ‘검언유착 사건’ 등에 대한 국정조사, 특검, 청문회 등을 둘러싼 여야 갈등도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법치주의 근본을 흔드는 한명숙 재수사 소동, 울산 선거 부정사건, 법무부 장관과 여권의 윤석열 검찰총장 몰아내기 등을 국회에서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동두천·연천)는 페이스북을 통해 "졸속 추경 통과, 위헌적인 공수처 설치, 외교안보라인 인사청문회, 정의기역연대 후원금 불법유용 의혹, 실패한 부동산대책 등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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