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국토라지만 사람 하나 누울 만큼의 면적이 1억 대를 호가하는 서울의 아파트값을 생각하면 한국은 분명 넓은 땅이다. 모두가 두 배로 뛴 아파트값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그럼에도 주무장관은 지금까지의 부동산 정책이 종합적으로 다 작동하고 있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변명도 있다. 지금까지의 대책들이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에 관련 세법이 통과되지 않아서라는 짧은 대답이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있다. 누가 손가락으로 세어 따졌는지 모르지만 지금의 정부 들어 3년여 사이 무려 부동산 대책이 21차례나 나왔지만 사정이 이러하다면 장관은 얼른 옷을 벗었어야 했다. 물론 김현미 장관의 변은 부동산 대책이 4차례뿐이었고 그 21차례라는 얘기는 언론이 갖다 붙인 것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하다하다 전 정권의 규제 탓을 하고 있다. 규제를 풀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다.

웬만해서 어려운 얘기를 안 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주 결국 힘든 입을 열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매우 불안정해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하다"는 얘기다. 그리고는 가계 유동성이 1천500조 원이 넘어가는 상황에서는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에 투자가 집중되기 마련이라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나는 이 대표의 사과성 짙은 이 말이 어찌 됐든 부동산 정책 실패로 민심 이반이 심각하고 대통령 지지율마저 떨어지는 정권의 위기의식에 비롯된 것으로 짚고 있다. 그의 말처럼 주택이 안정적인 삶의 조건이라 투기 대상으로 삼는 행태를 강력히 규제한다는 방향이 왜 이렇게 엇나가고 있는 것일까.

대개 이런 불안한 부동산 시장이 이어지면 어떤 정부든 비슷한 말을 하게 된다. 이번에도 이 대표는 주택 공급과 임대 사업자 정책, 투기소득 환수까지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대책을 수립해 내 집 마련과 주거 불안감을 해소할 근본적인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주택 수요를 모르지 않을 일이다. 그러니까 정부는 집값 안정의 정치적인 틀 안에서 허우적거리다 때를 실기한 상황에 공급 또한 턱 없이 모자라 이 상황에 이르게 된 일이다. 풍선효과니 다른 무슨 여러 가지 학술적 용어도 부족한 지경이다. 길게 얘기할 것 없이 뭐든지 눌러대면 터지거나 옆으로 삐져나와 엉뚱한 효과나 현상을 보인 지난 과거를 기억해도 유추는 간단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 지경에 이를 때까지 정부 이외 여당의 책임도 크다는 것을 이 대표가 모르지 않았을 예상이다.

경기 등 수도권 아파트 중위 가격도 절반 가까이 올랐다. 지친 몸을 이끌고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쉬어야 할 우리들의 집은 늘 저만치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사회 양극화를 집값이 심화시키고 먼저 청년들을 실망으로 빠지게 만들고 있다. 투기 억제책만 고집해 오다 부양책은 쳐다보지 못한 끝판이다. 마치 코로나 확산세 같은 모양새다. 강남에서 강북으로 올라가다 급기야 분당부터 동탄 신도시, 그리고 다시 수원에서 인근의 모든 경기도로 번져가고 있다. 이제는 지방 대도시도 포함되고 있다. 정리해 보면 이렇다. 정권마다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면 일단 증가세는 떨어지는 모양을 보이다가 오르는 게 정석으로 굳어진 일이다. 억지성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시원하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런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얘기들을 거들고 나섰다. 이런 혼란과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제1 정책으로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 신탁제 입법을 국회와 정부에 요청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을 국민들이 신뢰하려면 고위공직자에 대해 주식 백지신탁제처럼 주거용 1주택을 제외한 부동산 소유를 모두 금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절묘한 타이밍의 이 지사 모든 정책이 그러하듯 이번에도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왜냐하면 지난해 12월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이 청와대 참모진을 대상으로 ‘1가구 1주택’ 원칙을 발표한 이후 먹혀들지 않는 현실만 봐도 그렇다. 올해 1월 민주당 공천관리 위원회도 총선 출마 후보자 전원에게 부동산 매각 서약서를 받았지만 이후 실제 처분이 이뤄졌는지 진행 상황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톨스토이 단편선에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소설은 인간의 땅에 대한 관심이 욕심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인공은 소작인이었고 자신의 땅이 몇 평만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지만 욕심은 커져 빚을 져서 주인의 땅을 사서 일군다. 하지만 만족하지 못한 처지에 솔깃한 얘기를 듣는다. 아침에 걸어서 다시 돌아오는 면적만큼의 땅을 준다는 제안이다. 욕심이 커진 그는 무리하게 멀리 가게 되고 결국 돌아오지만 무리한 나머지 죽음에 이른다. 지금의 부동산 정책이 이러하고 그 정책을 되풀이하게 만드는 수요자들도 마찬가지다.

문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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