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육회 미래기획단 관계자 "감독 경질되면 팀 해체" 겁박
선수들 "철저한 조사 기대했는데 감독 복귀땐 부당처사 우려 걱정"
인천시체육회가 인천시청 여자 핸드볼팀 오영란 선수의 공금 전용·횡령·갑질·성희롱 의혹(중부일보 6월 17·18·19일자 1면 보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반목과 겁박으로 사태를 은폐·축소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시체육회 관계자가 일부 선수들을 만나 ‘팀 해체’ 우려를 운운하며,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감독에 대한 거취까지 얘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당초 사태가 불거진 직후 이규생 인천시체육회장의 철저한 조사 의지와 상반된다.
5일 선수들에 따르면, 이번 사태와 무관한 시체육회 미래기획단 관계자 A씨가 일부 선수들을 만나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훈련을 해야 하는데 감독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며 "감독까지 경질되면 팀이 해체될지 모르니 팀을 위해서라도 회장을 만나 감독과 함께 운동하고 싶다고 말해라"고 종용했다.
A씨와 만난 일부 선수들은 실제로 이 회장을 만나 이 같은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시체육회 내부에서는 ‘A씨가 해당 팀 감독과 친한 사이다’, ‘윗 선에서 시킨 것 같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당초 시체육회는 감독과 선수들을 격리해 진상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대회 출전을 포기해서라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재발 방지와 팀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하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정황이 드러나 시체육회의 관행적인 은폐·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애꿎은 피해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B선수는 "철저한 조사를 기대했는데 월급을 주는 시체육회 관계자가 나서서 말 하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나"며 "선수들 사이에서 시체육회의 철저한 조사를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선수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 C선수는 "감독은 백화점 상품권은 아내한테 뺏기기 때문에 남성복 상품권이나 시계로 달라고까지 했다"며 "감독이 다시 복귀하면 진실을 얘기한 선수들은 부당한 처사를 받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D선수의 부모는 "스승의 날, 명절 때마다 상품권을 받아간 감독이다. 보도가 나간 직후 오영란 선수와 함께 숙소에 와 선수들을 다그쳤다"며 "이런 감독이 아무런 책임감 없이 복귀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대화 과정에서의 오해였다고 해명했다.
A씨는 "선수들에게 감독이 어떤 징계를 당하더라도 열심히 운동에 집중하라고 말했을 뿐이다. 선수들과 친하다고 생각했고, 걱정이 돼 만났다"며 "오해를 풀고 싶다"고 부인했다.
한편 이번 사태가 불거진 직후 대회 참가 포기, 감독과 선수들의 격리 등 철저한 조사 의지를 보였던 이 회장은 "선수들이 운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해서 감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조사와 훈련은 별개다"고 말했다.
정민교·이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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