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12개교 일장기 등 닮은 도표 사용… 89개교는 친일파가 만든 교가 불러
친일인사 기념물 등은 161개 달해… 道-도의회, 예산 확보 후 청산 착수

경기도내 초·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교육기관 곳곳이 일제 친일 인사가 작사, 작곡한 교가를 사용하거나 전범기 등 일제의 잔재가 남겨진 교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가 민족문제연구소에 의뢰해 발간한 ‘경기도 친일문화잔재 조사연구’ 보고서를 통해서다.

특히 친일 인사의 공적을 기린 기념비 내지 송덕비도 별다른 안내 없이 교내 정문, 운동장 등에 버젓이 설치돼 있어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중부일보는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학교내 친일잔재 현황과 앞으로 개선방향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사진=연합자료(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자료(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중부일보가 입수한 ‘경기도 친일문화잔재 조사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내 학교 중 친일 인물이 제작한 교가를 사용하고 있는 학교는 89개교로 나타났다.

이들 학교의 교가는 지난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제창 보류를 지시한 ‘경기도 노래’(중부일보 2019년 연속 보도)를 작곡한 이흥렬, 친일 작가 춘원 이광수를 비롯해 다양한 친일 인물들이 작사, 작곡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수원이 18개교로 가장 많았고 이어 평택, 의정부, 안양, 용인(이상 7개교), 고양(6개교), 안성(5개교), 파주(4개교) 등 순으로 집계됐다.

전범기, 일장기, 일제 기업 상표의 모양을 따온 듯한 형상의 교표를 사용하는 학교는 12개로 확인됐다.

시각 디자인 관련 전문가들이 교표의 형태, 색상, 질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일제 상징물 내지 일제 기업 상표 간 유사성을 파악한 결과라는 게 도의 설명이다.

일제 강점기 친일 인사의 기념비, 동상 등 기념물은 도내 161개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중 18개가 수원,남양주, 안성, 포천 등 도내 10개 지역 학교에 위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기념물은 공공기관, 복지기관, 주민센터, 등산로 등 도내 곳곳에 산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와 도의회는 이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본격적인 청산 사업에 착수, 이르면 9월 본회의부터 관련 예산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김경호 도의회 친일잔재청산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집행부와의 협의를 통해 청산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산출하는 한편, 11월 종료되는 친일잔재청산 특위의 활동기간을 6개월 연장해 예산 의결, 확보에 무리가 없도록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도 "일제 친일 인사 기념물은 조사, 정리 대상이면서도 기록, 보존돼야 할 역사이기 때문에 아카이브(기록) 작업을 추진 중"이라며 "교가와 교표 역시 도교육청과의 협의로 조속히 교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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