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가 입수한 ‘경기도 친일문화잔재 조사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내 학교에 친일 인사와 관련한 교가나 기념물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복 75주년에도 여전히 일제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내 89개교에서 친일 인사가 작사·작곡한 교가가 불리고 있고, 12개교에서는 전범기·일장기·일제 기업 상표를 닮은 교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친일 인사와 관련한 기념비나 송덕비 등 기념물이 학교 내에 설치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친일 행적은 빠지고 공적만 강조한 내용으로 인해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인식 정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친일 인사 관련 기념물은 도내 무려 161개나 되면 학교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복지기관, 주민센터, 등산로 등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도민들의 일상 깊숙이 일제 잔재가 남아 있었지만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핍박을 당했던 우리나라나 아시아 각국들은 일제의 전범기만 보아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 그래서 일본이 자국의 함선에 전범기를 게양하거나 스포츠경기에서 응원단이 전범기를 흔들며 응원할 때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사용 중지를 요구하는 것이다. 일제가 전범기를 앞세우고 우리 민족과 강토를 유린했던 사실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으며, 수많은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끌어내고 군수물자를 모으는데 앞장섰던 친일 인사의 행적을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는가.

혹자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으며, 친일 행적과 문화예술 작품은 분리해서 보아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어불성설인지는 여전히 사과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더욱이 그러한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가족과 재산까지 모두 독립운동에 투신한 독립운동가들이 있었던 점과 비교하면 일신의 안녕을 위해 민족을 저버린 친일행적을 이해하거나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경기도와 도의회는 이번 보고서에 나타난 조사결과를 토대로 본격적인 청산 사업에 착수하고 9월 본회의부터 관련 예산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김경호 도의회 친일잔재청산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필요한 예산을 산출하고, 특위 활동 기간을 6개월 더 연장해 예산 의결 확보에 무리가 없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도 관계자도 교가와 교표는 교체해 나가고, 친일인사 기념물은 정리와 기록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학교에서 더 이상 친일파가 만든 교가나 교표가 사용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청산 작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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