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정구 등 3개 종목 해체 통보… 사전 논의 없는 일방적 결정에 반발
정구연맹 "체육계 뜻모아 대응할 것"… 市 "종목별 신청 받아 재창단 추진"

이천시청 전경.
이천시청 전경.

"알릴 내용이 있으니 전부 모여라. 오는 12월 말부로 이천시청 마라톤, 트라이애슬론, 정구부 등 3개 직장운동경기부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이천시체육지원센터 한 관계자가 지난 11일 오후 4시 각 경기부 감독과 선수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채 5분도 안 돼 일방적 해체 통보에 내년부터 실직자로 추락한 감독과 선수들은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었다.

13일 시 체육계와 해당 경기부 관계자들은 일방적인 시의 해체 결정은 억울하다며 명확한 사유와 함께 적어도 사전에 최소한의 논의는 있어야 했던 것 아니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천시청 소속 직장운동경기부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은 각각 감독 1명과 선수 4명 등 총10 명에 정구부는 감독 1명, 코치 1명, 선수 9명 등 11명이다. 이들 21명은 이날 실질적으로 해고 통보를 받은 셈이 됐다.

3개 운동부는 각급 대회에서 훌륭한 성적을 통해 대내외적인 이천시청 홍보에 큰 시너지 효과를 낸 가운데 36년 전통의 정구팀은 명실상부한 전국 최고의 팀으로 국내 대회는 물론 태극마크를 달고 우수한 성적으로 국위선양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시가 내세운 해체 명분이 생활체육 활성화 차원 불가피한 결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간 정부 차원 비인기 종목 활성화를 위해 각급 지자체 팀 운영을 권고한 것과 정면 배치되는 결정으로 추후 논란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시 관계자가 이천시체육회 산하 이천체육발전위원회에 3개 직장운동경기부의 운영상 난맥상에 대한 ‘그들만의(?)’ 보고를 했고, 그 자리에서 위원들의 존치 불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됐던 것으로 알려져 엄태준 시장의 해체 결정에 한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하루아침에 실직자로 전락할 위기에 몰린 선수들은 "해체 이유라도 알자"고 입을 모아 사전에 최소한의 협의도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이계왕 소프트테니스협회(구.대한정구협회) 회장이 시를 직접 찾아 시 정구연맹 관계자와 대책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진위가 무엇인지 조만간 엄태준 이천시장을 만나 입장을 들어 볼 것"이라며 "(이천시청 정구팀 해체는)이천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비인기종목에 대한 총체적 문제로 대한체육회 자문위원들과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과 선수들은 한 집안의 가장으로 자칫 한 가정에 엄청난 위기가 될 수 있다"며 "(엄태준 시장은)반드시 재고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천정구연맹 한 관계자는 "관내 초중고교 정구부 선수들의 희망을 송두리째 잘라버리는 처사"라며 "250명 동호인을 포함 체육계 종목별 관계자들의 뜻을 모아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해체되는 3개 직장운동경기부에 대해 이천시체육회가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종목별로 신청을 받은 후 재창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웅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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