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9일을 기록했던 최장기간 장마가 올해 깨졌다. 올해는 54일로 5일이 더 길다. 기존 평균 장마 기간이 중부와 남부, 제주 모두 32일이었으니 올해의 장마는 이보다 22일 동안 비가 더 온 것이다.

강수량으로 비교하면 올해 전국 686.9㎜로 2006년 699.1㎜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비가 내린 강수 일수 또한 전국 평균 28.3일로 타이틀을 바꿨다.

그런데 이런 장마 패턴 변화의 원인을 둘러싸고 다양한 견해들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일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지목하면면서 북극 지역의 고온현상을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시베리아의 이상고온이 북극의 바다 얼음을 녹였고, 북극의 찬 공기가 남북으로 요동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북극의 찬 공기가 한반도 근처까지 남하해 장마전선을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장기간 많은 비를 뿌렸다는 주장이다.

기후변화, 북국의 고온현상, 북극 빙하의 해빙, 북극 공기의 남하, 장마전선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인과관계의 고리가 인정된다면 타당한 논리다.

한편, 최근 악셀 티머만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연구진이 슈퍼컴퓨터와 기상청 실측 자료를 이용해 최근 100년간의 한반도 장마 패턴의 원인을 분석했다. ‘알레프’라는 수퍼컴퓨터는 데스크톱 컴퓨터 약 1560대와 동일한 성능을 보인다고 한다.

티머만 연구단장은 "국내에서는 이례적으로 긴 장마의 원인을 기후변화와 북극 온난화에 돌리고 있지만, 장기적 추세(기후변화)와 단일 사건(장마)의 통계적 상관성을 찾기는 불가능하다"며, "올해 한반도 강수량 변화의 원인을 찾은 결과 한반도 상공 대기의 불안정성이 원인임을 알아냈다"고 밝히고 있다.

연구 결과, 대기 불안정성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매년 상황에 따라 겪고 있는 변동의 일종으로 이에 따른 강수량 변화가 기후변화 등 다른 요인에 의한 강수량 변동보다 몇 배 이상 강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연구단은 장마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기후변화, 대기 내부 불안정성에 따른 자연 강수 변동, 그리고 인간이 배출한 대기오염물질인 에어로졸 3가지의 영향을 분석했는데, 그 결과 기후변화와 에어로졸은 1950년 이후 지금까지 상호 상쇄 효과를 내 한반도 강수 변화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대기 내부 불안정성이 장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연구단의 연구 결과는 지금까지 우리의 상식이나 통념을 벗어나고 있다.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모든 자연과학적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밝히지는 못하지만,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최선의 기술을 통해 입증된 인과관계라면 신뢰할 수밖에 없다.

장마, 가뭄 등 모든 자연재해의 원인이 기후변화이고, 이런 기후변화의 원인은 인간이 배출해 온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 때문이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과학적이며,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주장인지에 대한 의심도 해볼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이 온실가스라는 논리에 반대하거나,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무식하거나 과학을 모르는 것으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 일종의 공리주의적, 다수결주의적 시각은 과거 중세시대의 천동설과 같은 모순에 빠질 수 있고 기후변화의 정치화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중세시대의 절대 다수설은 천동설이니 지동설은 말이 되지 않는 주장이었다. 갈릴레이의 종교재판과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유명한 말의 배경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환경단체들은 석탄발전을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천연가스도 화석연료이니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탄소와 수소의 결합체인 화석연료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지만, 석탄 또한 천연가스 정도로 친환경적일 수 있으며,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등 한계로 인해 천연가스가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원이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엄밀히 말해 온실가스 감축이 지상과제라면 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 에너지 정책은 우리의 현실에 맞아야 한다. 그것이 지속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적 에너지 정책이다. 영국도 독일도 겉으로는 환경을 주장하지만, 속으로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류권홍 원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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