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대 비보이 형상 조형물 계획… 2개팀 중 1개팀 조건부 작품선정
선정과정 "작품 수정할 수 있다" 특혜의혹 제기… 市 "원칙대로 진행"

부천시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생계가 어려워진 예술가들을 위해 공모사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지역 예술계에서 공모작을 선정하는 과정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가 ‘조건부’로 공모작을 선정했기 때문인데, 시는 원칙대로 진행했다는 입장인 반면 일부 예술가들은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3일 부천시와 지역 예술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를 입고 있는 예술가를 지원하고 시민들에게도 미술문화를 제공하고자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공모에 선정된 작가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작가는 작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부천시는 4억 원을 들여 비보이(b-boy)를 형상하는 조형물을 만들 계획이다.
 

부천시청 전경
부천시청 전경

◇두 개 팀 지원, 한 팀 ‘조건부 선정’ = 부천시 공모사업에 2개 팀이 지원해 이 중 1개 팀이 선정됐다. 시는 지난달 선정위원회를 열고 두 팀의 출품작을 확인했다. 위원회는 이 중 한 팀인 A팀의 작품을 조건부로 선정했다. A팀에 미흡한 부분이 있긴 했으나, 다른 팀의 작품은 기준 점수를 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주최 측이 공공미술 작품을 조건부로 선정하는 것은 으레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조형물 일부분을 수정하거나 작품 설치 장소가 바뀔 수 있다는 식의 조건이다. 그러나 이번 부천시의 조건부 선정은 일반적인 사례가 아니라는 게 지역 작가들의 입장이다. 선정 과정에서 작품 일부를 수정하는 게 아닌 전반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는 것이다.

부천지역 한 작가는 "A팀이 낸 원안이 아닌 출품작 전체를 수정할 수도 있다는 조건이라고 들었는데, 이는 ‘일단 상은 줄건데, 대신 내용을 모두 바꿔야 한다’는 말과 뭐가 다른가"라며 "모든 출품작이 미흡하다면 재공고를 하는 게 맞지 조건부로 가는 건 의혹만 들게 할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는 A팀의 디자인 전반이 수정될 수도 있다고 보면서도, 처음부터 다시 기획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시 관계자는 "지원팀 중 한 팀은 기존 점수를 채우지 못했고, 다른 한 팀은 미흡한 부분은 있었지만 일정 요건을 갖춰 조건부로 선정했다"며 "미흡한 부분은 전문가와 상의해 개선해 나갈 것이며, 문체부도 이 같은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조건부 선정이기 때문에) 출품작의 디자인 전반이 바뀔 수도 있고 (비보이 조형물의) 동작 표현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다만 아직 협상 중이며, 디자인을 다시 처음부터 정하는 건 아니고 작가들이 낸 디자인을 발전시키는 수준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예술계 "불공정 다수" - 시 "오해일뿐, 원칙대로 진행" = 지역 예술계에서는 이번 사업 운영이 공정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모 규정상 프로젝트에는 현직 작가나 미술 관련 학부 졸업생만 참여가 가능한다. 안정적인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직장인이나 대학생은 참여할 수 없다. 지역 예술계는 A팀이 자격 요건에 맞지 않는 구성원을 포함시켰다고 주장한다. 지역에서 활동 내역이 없는 등 신원이 불명확한 구성원이 있다는 것이다.

부천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작가는 "지역 예술계가 워낙 좁기 때문에 어느 작가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서로 잘 아는데, A팀에는 전혀 확인되지 않은 작가가 있어 지역 작가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가 ‘현직 작가’의 기준을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다 보니 오해가 생기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A팀이 예산문제를 여러 번 지적받았음에도 예산 부분에서 준수한 점수를 받았다며 특혜 의혹도 제기했다.

반면, 시는 원칙대로 진행했으며 불공정은 없었다고 반론한다. 자격 미달인 구성원이 포함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확인 작업을 거쳤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제출한 구성원의 초본을 확인하고, 관련 단체에도 문의해 모두 현직 작가이자 참여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작가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돕자는 취지인 만큼 4대보험 미가입자이면서 현역에서 활동중인 작가로 기준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A팀이 예산 지적을 받은 것에 비해 점수에서는 큰 감점이 없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시는 심사위원들이 내린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앞으로 협상을 통해서 계획서에 명시된 산출내역을 모두 받고 확인해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팀에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춘식·정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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