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례 유래한 것으로 차례 이름 추측… 음력 보름날 사당에 차 한잔 올리던게 차례
허례 의식으로 화려하게 차리는 상보다는 조상 공경하는 진심담은 정성이 의미있어

추석은 어떤 이에게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을 만나는 소중한 기회일 수도, 때로는 애정 섞인 잔소리에 골머리를 앓는 연중행사일 수도 있다. 

매 명절마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차례일 것이다. 조상에 대한 예를 갖추는 차례상은 일반 제례와는 사뭇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수원전통문화관 예절교육관의 정순옥 수석강사를 만나 추석의 의미와 차례상의 예절에 대해 들어봤다.

추석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22일 오후 수원시예절교육관에서 정순옥 수석강사가 차례상 차리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노민규기자
추석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22일 오후 수원시예절교육관에서 정순옥 수석강사가 차례상 차리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노민규기자

추석은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로, 햇곡식·햇과일이 풍성하고 날씨도 청명하고 맑다. 예로부터 조상들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말한 것은 이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정 수석강사는 차례의 의미에 대해 "후손들이 조상에게 제사나 차례를 지내는 것은 조상에 대한 효를 계속하기 위한 것"이라며 "제사에서 중요한 것은 공경과 정성"이라고 말했다. 

차례라는 이름은 중국의 고례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중국의 고례에 조상을 가장 간략하게 받드는 보름의 망참에서 차 한 잔 올리는 것을 차례라고 했는데, 이에 따라 기제보다 간략하게 진행되는 명절의 예를 차례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 
차례 대상은 기제를 받드는 모든 조상이며, 장자손이 주인이 되고 주인의 아내가 주부가 된다. 집에서 차례를 지낸다면 아침 해 뜨는 시각, 묘지에서 지낸다면 낮에 지내야 한다. 

정 수석강사는 차례상을 차릴 때 가장 많이 실수를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어포 종류를 상에 올릴 때, 많은 분들이 배 쪽이 하늘을 향하도록 한다"며 "이는 잘못된 방식이다. 비늘을 손질해 등이 위로 가도록 하고, 꼬리가 서쪽을 향하도록 놓는 것이 올바른 진찬"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수석강사는 "예로부터 조상들은 형편에 맞는 제사상을 강조해 왔다. 허례허식으로 화려하게 차리는 상 보다는 조상을 공경하는 진심을 담아 정성으로 차린 상이 훨씬 의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돌아오는 추석이지만 차례상을 차리고 진행하는 제례는 매번 헷갈린다. 인터넷 정보를 찾아보려해도 설명하는 사람마다 달라 오히려 헷갈리기만 한다.

정순옥 수석 강사가 설명하는 차례상 차리는 법을 통해 정확한 차례상에 대해 알아보자.

 

추석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22일 오후 수원시예절교육관을 찾은 삼일상업고등학교 학생들이 교육관 강사에게 추석 차례상차림 설명을 듣고 있다.  노민규기자
추석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22일 오후 수원시예절교육관을 찾은 삼일상업고등학교 학생들이 교육관 강사에게 추석 차례상차림 설명을 듣고 있다.  노민규기자

◇기제와 차례의 차이점=조상의 기일에 지내는 기제와 달리 차례는 명절에 지낸다. 장소, 대상도 다른데 기제는 장자손의 집에서 지내지만 차례는 집이나 묘지에서 지낸다. 기제는 돌아가신 조상과 배우자를 기리지만, 차례는 기제를 받드는 모든 조상을 포함한다. 제수도 다르다. 기제의 메와 갱은 밥과 국이며 해는 조기젓을 놓는다. 하지만 차례는 메와 갱 대신 설날에는 떡국, 한가위에는 송편 등 명절음식을 놓는다. 차례상의 혜는 식혜를 의미한다.

기제를 지낼 때는 술을 올릴 때마다 좨주(제사상에 술을 3번 나눠 올리는 의례)를 하지만, 차례는 좨주가 없다. 또 기제는 제상의 잔반을 내려 술을 따라 올리고, 세 번 술을 올릴 때마다 초헌(육적), 아헌(어적), 종현(계적)을 올리지만 차례는 주전자를 들고 제상 위 잔반에 직접 따르며 진찬 때 3적을 동시에 올린다. 만약 조상의 기일이 같을 경우 기제는 따로 두 번 지내지만, 차례는 한 번에 지낸다.

 

◇차례상 진설도=차례상 진설도는 총 3개로,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 제의초와 사계 김장생의 가례집람, 도암 이재의 사례편람이 있다. 율곡 이이는 격몽요결에서 ‘빈즉칭가지유무’라고 해 각기 집안의 형편에 따라 조절하도록 했다. 

차례상은 총 5열로, 1열에는 송편·잔반·시접기(수저)·초접(식초)·송편을 놓는다. 송편과 잔반, 시저는 신위 수대로 놓으며 시접거중에 따라 수저를 담은 시접기는 신위 앞 중앙에 놓는다. 

2열은 면과 육전, 육적, 계적 혹은 소적, 어적, 어전, 병을 놓는다. 명서병동에 따라 면은 서쪽, 떡은 동쪽에 놓으며 면은 국수를 삶아 건더기만 담는다. 적접거중에 따라 적은 중앙에 놓으며 어동육서에 따라 어전·어적은 동쪽에, 육전·육적은 서쪽에 놓는다. 

3열은 육탕, 계탕 혹은 소탕, 어탕을 놓는다. 탕 역시 건더기만 담으며 계탕 대신 채소·두부로 만드는 소탕을 놓아도 된다. 어동육서에 따라 어탕은 동쪽, 육탕은 서쪽에 놓는다. 

4열은 포, 삼색나물, 간장, 물김치(나박김치), 혜를 놓는다. 서포동혜에 따라 포는 서쪽에 놓고 어포일 경우 등이 위로 가도록 놓는다. 식혜는 건더기만 담아 동쪽에 놓으며 3색나물은 고사리, 도라지, 배추, 나물을 곁들여 둥근 접시에 담는다.

조율이시, 홍동백서 등이 적용되는 열은 바로 5열이다. 동조서율에 따라 대추는 동쪽, 밤은 서쪽에 놓으며 붉은색 과일은 동쪽, 흰색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 과실의 총 접시는 짝수로 한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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