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로 제정·공포된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2010년 10월 경기도에서 처음 공포된 학생인권조례는 체벌 금지, 복장·두발검사 금지 당시 파격적인 내용을 담아 교육계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학생인권조례가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컸지만 이에 대한 반발 의견도 강하게 터져 나왔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어느새 우리 사회는 학생인권조례가 외치는 내용이 당연한 사회로 변했다. 경기를 시작으로 광주, 서울, 전북, 충남 등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연이어 제정되기도 했고, ‘학생 인권’이라는 단어가 이제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여기에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학생인권조례 제정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간의 조례 성과와 성찰을 통해 향후 인권 친화적 학교 문화 조성을 위한 새 방향을 또 제시해가겠다는 생각이다. 그 차원에서 그동안 경기도의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현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향후 계획에 대해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경기도 학생인권정책에 목소리를 내기위해 도학생참여위원회가 총회를 열고 각종 정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경기도 학생인권정책에 목소리를 내기위해 도학생참여위원회가 총회를 열고 각종 정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학생인권조례의 발자취
2010년 10월 5일. 경기도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공식 선포했다. 당시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내 체벌 금지 ▶강제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금지 ▶두발·복장의 개성 존중 및 두발길이 규제 금지 ▶학생 동의 아래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소지의 부분적 허용 ▶특정 종교행사 참여 및 대체과목 없는 과목 수강 강요 금지 ▶인권교육 의무화 및 학생인권옹호관 설치 등의 조항을 담았다. 지금에야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당시만 해도 이 같은 내용은 매우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학생 인권을 존중하자는 게 무엇이 문제냐는 의견도 다수였지만, 자유와 방종을 구분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일탈이 심해지고 교권 붕괴가 이뤄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찬성 측이 이를 강하게 밀어붙이며 결국 2010년 조례가 통과됐고, 이후 학생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확산하기 시작했다. 광주(2011년), 서울(2011년), 전북(2013년), 충남(2020년) 등에서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동참한 것이다. 그리고 도교육청도 매년 학생인권에 대한 강조를 위해 새 정책을 시행해나갔다. 특히 2011년 3월부터 도내 모든 학교에 학생인권조례를 전면 시행함에 따라 학생인권옹호관을 두기도 했다. 현재 도내에는 4명의 학생인권옹호관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지난 10년간 학생 인권 침해에 대한 상담 및 구제를 진행하며 아이들의 인권이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펼쳐왔다. 이후에도 2014년에는 9시 등교를 실시하며 청소년들의 수면권 및 건강권을 보장하고 나섰고, 같은 해 상벌점제를 폐지하며 아이들이 경쟁에 치이는 것이 아닌 인권 친화적인 생활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아울러 조례에 포함되긴 했지만, 그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던 야간자율학습 강제 참여 금지와 관련해서도 2017년 야간자율학습을 폐지를 선언하고 ‘경기 꿈의 대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선택해 학습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제정 9년 만에 ‘학교’에 한정한 학생인권 보호책임과 역할을 학교 경영자, 교장 등으로 나눠 구체화했으며, 학생인권옹호관의 비밀유지 의무 규정도 신설하는 등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학생인권 보장의 실효성을 보다 높이자는 취지에서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연합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연합

◇‘학생인권조례’가 이끈 현장의 변화
이런 변화에 힘입어 학생들은 학교에서 처벌 없이 동등한 주인으로 존중받으며 생활해나가고 있다. 특히 변화된 부분은 학교 내 체벌이다. 2019년 도내 700개교 학생 1만4천3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9년 경기도 학생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에서 체벌을 받았다’고 응답한 학생 수는 2017년 13.9%, 2018년 10.8%, 2019년 7.9%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이를 조례 제정 초기부터 확대해 살펴보면 2010년 체벌을 경험한 학생이 68.9%에 육박했던 것이 조례 완전 시행 이후인 2011년부터는 39%, 2012년 20.8%, 2013년 19.2% 등으로 학생인권조례가 현장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용모지도 실시’의 경우에도 2011년 55.7%, 2012년 66.74%, 2013년 68.1% 등 상승 추세를 보이다가도 2014년부터는 49.4%, 2015년 47.6%, 2016년 13.1% 그리고 2019년 16.5%로 하락세에 있다. 아직 완벽하게 없어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어느 정도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다는 뜻이다. 이 밖에도 도교육청은 학교에서 인권침해와 관련한 사안들에 대해 변화를 줄 것을 꾸준히 안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출석번호 부여 시 남학생은 앞 번호, 여학생은 뒤 번호식의 출석번호를 가나다순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할 것을 안내하기도 했으며, 날씨가 추울 때 외투를 입지 못하게 하고 외투 색을 제한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학생 건강권을 위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입을 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학생 생리공결 신청 시 학교에서 진단서를 요청하는 문제도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를 지양하게 하는 등 학생 인권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해왔다. 이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교육청이 직접 귀 기울여왔기 때문에 이끈 변화라 할 수 있다. 도교육청은 2010년부터 아이들이 학생인권 신장을 위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경기도학생참여위원회’, ‘경기도학생인권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학생참여위원회는 다양성과 소수자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100명의 위원 중 20명을 장애 학생, 학생선수로 위촉해 운영되며 이들은 매년 총회 및 3개 권역별로 협의회를 운영해 학생인권 조례 개정, 학생인권실천 계획, 학생인권 실현 및 학생참여 활성화를 위한 의견 제출 등의 역할을 한다. 또 경기도학생참여위원회도 학생참여위원·전문가·학생인권옹호관 등으로 구성돼 학생인권에 관한 정책수립 및 평가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의견을 내고 있다. 이처럼 학생들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학생인권에 대한 정책을 펼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장도 변화한 것이다.
 

◇학생인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물론 여전히 학생인권조례가 가야 할 길은 멀다. 조례 제정 이후 학생인권이라는 것이 더 이상 학교 현장에서 낯선 단어는 아니지만, 여전히 이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데는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학생인권조례 인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조례를 인지하고 있다고 답한 경우는 학생 57.9%, 교사 98.7%, 보호자 72%였다. 도교육청은 올해 10주년을 기점으로 이런 부족한 부분을 더욱 메꿔가겠다는 계획이다. 조례 및 학생인권 정책들에 관한 이슈화, 공론화를 통해 학생인권 선도 역할을 재확립하겠단 의미다. 오는 31일에는 학생인권조례 10주년을 맞아 포럼도 진행한다.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학생, 교사, 인권전문가 등 다양한 주체가 모여 시대 흐름에 따른 정책 수요를 파악하고 학생인권 증진 정책 기초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 학생인권조례 10주년 영상 및 웹진, 학생인권 콘텐츠도 제작해 학교 현장에 내려보내 학생인권에 대한 보다 바른 현장의 이해도 도울 방침이다. 이와 관련 최근 도교육청은 인권 그중에서도 ‘학교 내 혐오 표현 대응’과 관련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아이들에게 교육을 진행하겠단 계획도 세웠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확진, 확진자와의 가족 관계 그리고 출신지역과 국가, 특정 종교 등을 이유로 한 혐오표현이 급증함에 따라 학교 현장에도 관련 문제가 야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올해 두 차례 관련한 안내 자료가 나가기도 했으며 코로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학교 내 혐오표현으로 차별받는 아이들이 없도록 지속 교육을 진행하겠단 입장이다. 학생인권조례는 단순히 학생에게 자율권을 주자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경기도교육감을 비롯해 서울·광주·전북 교육감은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과 관련해 공동 지지 성명을 발표하며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을 미성숙한 존재, 규율과 훈육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바꾸고, 일방적인 지시와 체벌 등 비교육적 수단을 버리는 대신 자주적인 인간, 자율과 자치가 가능한 민주시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존엄한 존재로 대우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아이들이 학교에서 동등한 학교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문화가 완성될 그 날까지 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의 선두주자로 그 역할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변근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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