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과거 연인이었던 남녀가 세례식에서 대부와 대모로 다시 만난다. 예기치 못한 재회에 둘은 당황한다. 세례식 뒤풀이에서도 어색한 분위기는 계속된다. 그때 흐르는 음악이 있었으니, "오빤 강남스타일"로 시작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신나게 말춤을 추는 옛 연인을 바라보는 남자의 눈가에 웃음이 번진다. "오~ 섹시 레이디"에 맞춰 남자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그리고 남녀가 눈빛을 주고받는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배우 르네 젤위거의 사랑스러움으로 가득 찬 영화다. 2001년 9월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시작으로 ‘브리짓 존스의 일기-열정과 애정’(2004년)을 거쳐 2016년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까지,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진수를 보여줬다.

32살의 미혼 여성(요즘 기준과는 많이 다르다) ‘브리짓 존스’가 새해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최고의 남자를 만나 멋진 데이트를 즐기겠다는 결심을 한다. 영화는 이후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렸다. 앞선 시리즈 두 편은 르네 젤위거에 반하고, 콜린 퍼스와 휴 그랜트의 서로 다른 눈빛, 그리고 매력에 빠지게 만드는 영화다. 시리즈를 통해 세 배우의 대표작으로도 자리 잡았다. 시리즈 마지막 편은 휴 그랜트가 아닌 패트릭 뎀시가 두 주인공과 묘한 삼각관계를 이루며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문제의 강남스타일은 바로 여기서 나왔다. 흥행을 따지고 보면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는 앞선 두 편보다 부진했다. 그러나 많은 명대사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난 항상 세상을 구하기 위해 시간을 낼 수 있지. 그리고 당신이 나의 세상이야! 브리짓." 여기 더해 뜬금없이 흘러나온 강남스타일은 ‘빵’ 터지게 했다. 국내 영화팬들은 물론 전세계 싸이와 강남스타일의 팬들을 즐겁게 했다. 2012년 7월 15일 세상에 나온 이 곡은 그해 세계 최고 인기 노래가 됐다. 더 나아가 2010년대 세계 음악계를 대표하는 히트곡으로도 기록됐다. 세계적으로 히트한 최초의 한국 대중음악, 한국어 노래 최초로 빌보드 핫 100 10위 이내 기록(최고 기록 7주 연속 2위) 등 발자취만 더듬어도 이미 전설이다.

방탄소년단(BTS)의 기록은 싸이를 넘어선 지 오래다. 빌보드 핫 100 1위에 이어 상장과 동시에 이들이 속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의 기업가치를 4조 원대로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BTS의 가치는 콘텐츠, 지적재산권 등 무형자산의 어마어마한 수익이다. 코로나19에도 BTS의 온라인 공연은 100만여 명이 함께하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빅히트가 만든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Weverse)는 팬덤 비즈니스 확장을 위한 전진기지다. 위버스 전세계 구독자 수 1천353만여 명 중 BTS 팬은 748만여 명에 달한다. 때문에 ‘BTS가 곧 플랫폼’이라는 말도 나온다. BTS와 빅히트를 빼고 한류와 K-POP을 논할 수도 없다. 이 같은 흐름이 빅히트와 BTS를 어디로 데려갈지 아무도 모른다. BTS 세계관을 담은 드라마도 제작된다. 오랜 기간 팬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전달한 결과다.

BTS 기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금미 경제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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